투르크메니스탄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많습니다
중앙아시아 서남부에 있는 나라,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국토는 한반도의 2.2배지만, 90%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막입니다. 여행자에게는 생소한 곳이지만 글로벌 건설사에겐 기회의 땅입니다. 사막에는 세계 4위의 천연가스, 3위의 광물자원, 6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있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자원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원유가 풍부해 기름값이 매우 저렴합니다
이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다른 글로벌 건설사보다 한발 앞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2009년 메르브 지역 인근의 ‘갈키니시 가스 탈황 설비’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이후 작년 10월에는 투르크메니스탄 최초의 종합 석유화학 단지인 키얀리 화학 플랜트도 완공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현대엔지니어링의 노고를 치하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을 받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개인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국토의 90%가 사막으로 뒤덮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여행 국가로써 어떨까요? 신비한 매력을 지닌 곳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이기 때문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입국하기 힘든 나라여서 여행자들 사이에 무용담처럼 전해지는 나라 중 하나이도 합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국가가 허락한 패키지여행으로만 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개별 여행자가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별 여행자는 경유 비자를 통해 5일 동안만 입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경유 비자를 통해 짧게 입국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여행자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란으로 향한다면, 투르크메니스탄 땅을 통과해서 갈 수 있다는 허가증 같은 걸 받을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경유 비자도 단 5일만 발급받을 수 있고, 출발 국가와 도착 국가의 비자를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전 지정된 입국 지점과 출국 지점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가본다는 호기심은 이런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게 합니다.
실크로드의 옛 명성을 느낄 수 있는 메르브
메르브 유적 키즈칼라는 기원후 6세기에 지어졌습니다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은 폐쇄적인 나라지만, 한때 이곳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던 곳이었습니다.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였거든요. 과거 중국과 지중해를 연결하던 실크로드에는 중요한 지정학적 교차점들이 있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실크로드의 푸른 보석’이라고 불렸던 ‘사마르칸트’가 있었고, 이란에는 ‘세상의 절반’이라 불리던 ‘이스파한’이 있었죠. 그리고 그 중간에는 ‘가장 고귀한 도시’라고 불렸던 ‘메르브’가 있었습니다.
메르브는 11세기 셀주크 제국의 수도였지만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종말을 맺게 됩니다
메르브는 투르크메니스탄 동북부에 위치합니다. 마리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분여를 달리면 각기 다른 연대의 5개의 유적이 남아있는 드넓은 유적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기원전 3천 년부터 번성해, 중세 셀주크 시대인 12세기경에는 20만 명이 살았습니다.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고, 수만 권의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이 8개나 있었다고 합니다. 메르브 유적 한가운데서 한때 번성했던 옛 실크로드의 영화를 가슴 벅차게 상상해봅니다.
야경이 아름다운 ‘사랑의 도시’ 아슈하바트
하얀 대리석 건물로 가득한 아슈하바트 시내 중심지는 정돈이 잘 된 느낌을 줍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는 ‘아슈하바트(Ashgabat)’인데요, ‘사랑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약 600만의 인구가 살고 있죠. 시내 중심지 건물들은 대부분 하얀 대리석에 금색으로 치장을 했습니다. 흰색은 행운의 색이라고 하네요. 넓은 도로와 하얀 건물, 깔끔한 공원은 여행자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거죠. 적막한 느낌이 있지만, 건물과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은 영화 세트장처럼 아름답습니다.
아슈하바트의 건물들은 밤이 되면 빛이 나 야경이 아름답습니다.
아슈하바트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조명과 함께 대리석 건물들이 밤새 아름답게 빛나죠.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화려한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세계 가스 매장량 4위의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는 실감만큼은 확실히 들게 됩니다.
48년째 타오르는 지옥의 불을 볼 수 있는 곳
가스 크레이터(Gas Crater)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지옥의 문’이라 불립니다
여행자들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특별한 여행지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카라쿰 사막에 있는 지름 70m의 거대한 구멍입니다. 그곳에선 계속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죠. 마치 지옥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요. 이 흔치 않은 볼거리의 이름은 ‘가스 크레이터 (Gas Crater)’, 하지만 여행자들은 ‘지옥의 문(Door to Hell)’이라 부릅니다.
가스 크레이터는 48년 동안 불타고 있습니다
이 구덩이는 1971년 매립된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지반이 붕괴돼 만들어졌는데요, 구소련 지질학자들은 불을 붙여 고여 있는 가스를 없애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번 불이 붙자 이 나라의 가스 매장량을 증명이라도 하듯 48년이 지난 지금까지 타고 있는 거죠. 아무것도 없는 사막 위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은 불가사의하고 기묘한 매력으로 여행자를 유혹합니다. 경유 비자를 받아 지옥의 문을 다녀오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효율적으로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특별한 매력을 지닌 미지의 여행지입니다.
통제되고, 금지된 것이 많지만 쉽게 허락하지 않아서 신비로운 나라 투르크메니스탄. 칼로 재단한 것처럼 하얀색의 반듯한 건축물로 채워진 도시 풍경과 꺼지지 않는 불구덩이가 있는 사막 풍경이 주는 이질감은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합니다. 폐쇄적인 국가의 대비되는 풍경은 앞으로 더 많은 여행자가 방문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미지의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투르크메니스탄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 사진. 정효정
방송작가로 다수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당신에게 실크로드>와 <남자 찾아 산티아고>를 저술한 여행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