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과 완곡의 줄다리기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의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업무가 힘들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 가족 혹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으면 그들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인간관계는 우리가 행복을 인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의 상당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자기표현력이고, 경영이나 관리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너와 나의 의미 공유’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사회 속에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어쩌면 생존과도 같은 중요한 능력이 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군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라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 우리가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물론 말을 하고 나서의 상황도 달라집니다.
직설적으로 핵심을 전달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스킬
흔히 직장에서 일할 때는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으로 간결하게 말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감성적으로 풍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법이 어느 순간에나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메시지를 전달받는 사람의 성향이나 특성, 이해 정도, 전달 상황 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각각의 상황에서 얼마나 센스 있게 ‘잘’ 전달하는가가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속도를 중시하는 직설 표현과 방향을 중시하는 완곡 표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일까요? ‘완곡하다’는 것은 사전 그대로 ‘말하는 투가,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럽다’는 뜻입니다. 반면 ‘직설적이다’는 바른 대로 말한다 혹은 생각하는 대로 말한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즉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음 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김 매니저
저… 그게 말이지요. 팀장님께서 난처하신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에서 어제 오늘 야간 근무까지 하면서 열심히 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물품에 하자가 발견되어서 다시 점검해서 교체하고 진행하다 보니까… (크게 한숨을 쉬며) 어제까지는 끝날 것 같아서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무래도 오늘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 팀장
(화난 목소리로 인상을 찌푸리며) 그래서 언제까지 가능하다는 건가요?
흔히 비즈니스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 등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할수록 정중히 사과하되 직설적으로 본론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명확한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김 매니저
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물품에 중요 하자가 발견되어서 불가피하게 오늘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야근을 해서라도 내일 밤 9시까지는 꼭 마무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최 팀장
(어쩔 수 없다는 듯) 내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마무리해주세요.
타인을 배려하는 대화의 묘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언어 표현 방식
목적이 분명한 대화일수록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변경 사항을 알리거나 사과를 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외려 오해를 만들고 시간을 지체시킬 수 있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대화 표현은 오히려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얻고 싶거나 거절 등 본인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싫은 것이 있어도 “좋습니다!” 혹은 “싫습니다!”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직설적으로 딱 잘라 거절하는 것이 미안하다면 그 앞에 쿠션 언어인 ‘미안합니다만, 죄송합니다만’과 같은 표현을 넣어주면 조금 더 부드러운 대화가 됩니다. 거절 의사는 분명히 밝히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전달하면 거절을 하더라도 상대에게 덜 미안해집니다.
반면 위로나 감사, 칭찬 같은 진심을 전할 때는 완곡한 표현이 좋습니다. 단, 상대의 아픔이나 상처가 너무 클 때는 언어적인 표현을 아끼면서 비언어적인 메시지(손을 꼭 잡아준다거나 어깨를 토닥여 준다거나 표정과 눈빛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를 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메시지를 받는 사람의 성향과 이해도 역시 언어 표현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성격이 급하거나 핵심을 앞에 둔 두괄식 말하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완곡한 표현보다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전달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면 궁금한 것이 많고 자세한 설명을 듣길 원하는 스타일이라면 가능한 한 자세히 표현해야 합니다. 형식이나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도 완곡한 화법으로 접근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친밀도 역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친한 사람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교감이 가능하듯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과 얼마만큼 친밀한가에 따라 그 형식이나 양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커뮤니케이션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속전속결이 필요할 때도, 삼고초려가 필요할 때도 있기에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화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선언적 말과 태도보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먼저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직설과 완곡의 줄다리기. 결말이 아름다운 대화를 위해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글. 이혜범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의료학회와 세미나, 사법연수생 교육 등 전문적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교육 전문가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와 연세대 언론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한양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 <어떻게 대화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