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퍼스널 모빌리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흔히 모빌리티(Mobility)를 ‘이동성’으로 정의합니다. 이동하려면 크게 이동 수단과 이동하는 방식의 정형화가 필요합니다. 쉽게 보면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할 것인가와 시간과 거리를 어떻게 적절히 안배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동할 때 활용수단이 같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같지 않을 수도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모빌리티는 크게 퍼블릭 모빌리티(Public Mobility), 프라이빗 모빌리티(Private Mobility), 그리고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로 분류합니다. 그중 최근 주목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퍼스널 모빌리티입니다.
퍼스널 모빌리티, 왜 주목받고 있을까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IRS 글로벌이 발표한 ‘차세대 이동 수단의 新 패러다임, 스마트 퍼스널 모빌리티 국내외 개발 동향과 시장 전망’ 보고서는 전기 이륜차를 비롯해 전동화된 차세대 개인형 이동 수단의 확대·보급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유 채널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제휴된 도시 거주자들이 필요하면 요금을 내고 전동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가 하면 초소형 전기차 등장도 활발합니다. 르노삼성 트위지, 대창모터스 다니고, 캠시스의 세보(CEVO), 새안의 위드유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외 아직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체국에서 사용할 초소형 전기차와 시골 마을의 바이크를 대신할 전기차도 세상에 나올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처럼 퍼스널 모빌리티가 확장되는 이유는 이동의 목적지가 무척 세세하게 구분돼 있어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동은 ‘거점과 거점’, 그리고 ‘거점과 지점’ 등으로 나눠집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때 이용 가능한 수단은 거점과 거점을 이동하는 퍼블릭 모빌리티(버스, 기차, 항공기, 선박 등)지만 도착지에서 최종 목적지로 갈 때는 다시 도심 내 퍼블릭 모빌리티(택시, 버스, 지하철 등)를 이용해 작은 거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점에서 최종 목적지로 갈 때 퍼스널 모빌리티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뜨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도심의 확장입니다. 도시가 복잡하고 넓어질수록 다양한 이동 방법이 제안되는데, 이 말은 곧 이동이 복잡해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때 거리가 멀지 않다면 퍼스널 모빌리티로 이동하는 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이 한국의 교통 흐름과 특징, 문제점을 파악해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 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서울을 퍼스널 모빌리티의 최적화 도시로 선정한 건 이 복잡성 때문입니다.
그러자 제조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6만 대 수준이던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2022년까지 2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역시 2015년 4,000억 원이던 시장이 2030년 약 69배인 2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인 가구 증가와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퍼스널 모빌리티를 활용하는 인구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마스(MaaS)의 완성
자동차 업계의 제조 화두 ‘케이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셀프 드라이빙’입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제조 화두는 단연 ‘케이스 (CASE. 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로 표현되는 연결이동 수단입니다. 그리고 케이스의 궁극적인 도착점은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셀프 드라이빙’입니다. 그런데 완전한 자율이동 수단의 세계를 만들려면 정보통신, 즉 ICT의 결합이 필수입니다. 제아무리 사람의 감각이 발달해도 지식의 연결이 없으면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설령 머리에 지식이 있어도 자체적인 빠른 정보 교환이 안 되면 완벽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동차와 ICT 연결은 내외부 정보 간 활발한 교류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품 개발 측면에서 고려할 대상일 뿐 이용자 시각에선 단지 편하면 그만입니다. 앱으로 이동 수단을 호출해 이동하고 목적지에 내리면 됩니다. 이동에 필요한 비용은 앱으로 결제하고, 여러 이동 수단을 혼용할 때는 연결에 따른 기다림도 없습니다.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이동 수단을 하나의 서비스로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자동차는 물론 교통영역에서 사용하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완성입니다.
기본적으로 마스는 ‘CASE’의 발전을 가장 활발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교통 모델로 주목받습니다. 또 기존 교통사업자의 수익도 늘리는 ‘윈-윈’ 효과가 있어 각광받습니다. 일례로 스웨덴 예테보리는 지난 2013년 지방 자치단체와 소프트웨어 기업 그리고 도심 택시 및 버스, 트램 등의 운송사업자가 모여 마스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의 대중교통 이용 빈도가 높아져 도심 내 승용차 운행이 줄어드는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더불어 퍼스널 모빌리티의 이용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핀란드의 마스 글로벌은 2016년부터 버스와 기차 등의 대중교통, 택시와 렌터카, 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활용해 월정액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어떤 교통수단이든 최적화된 경로로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맞춤형 교통 서비스로 자가용 운행을 억제해 배출가스를 줄이되 기존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은 형국입니다.
폭스바겐의 도심 소형물류 이동 수단, 카고 e-bike
마스에서 퍼스널 모빌리티의 역할은 공유 부문에서 두드러집니다. 이동 수단을 제조하거나 구입하지 않아도 교통사업을 할 수 있어서입니다. 작은 거점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전기 스쿠터를 대여해주거나 전동화된 다른 이동 수단을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급속한 변화는 모빌리티의 개념 자체를 바꿔 놓는 중입니다. 우버는 플랫폼에 전기 이륜차를 포함한 작은 전동 이동 수단을 이미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GM과 토요타 등도 진입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가 모든 이동을 커버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분명 존재합니다. 집에서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 평균 거리가 4㎞에 달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해당 거리가 평균 600m에 불과해섭니다. 게다가 이미 마을버스가 편리한 이동을 책임지고 있어 굳이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해 거점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물음입니다. 자전거 공유로 유명했던 중국 내 기업 ‘오포’가 결국 쓰러진 것도 퍼스널 모빌리티의 이용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금은 성장이 빠르지만, 여기에는 이동 목적보다 일종의 놀이기구로서 역할이 더 많기 때문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분간 성장은 피할 수 없습니다. 여러 중소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고, 아직은 활성화돼 있지 않아 일정 시간 늘어날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선 퍼스널 모빌리티 또한 편리한 이동 수단의 역할로 자리를 잡아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Mini interview
- 현대케피코 해외영업팀 천재운 매니저
- 우리 회사는 전동이륜차 관련 아시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2025년까지 이륜 및 삼륜 차량 약 5,900만 대의 보급이 예상되며, 국가별 배터리 사양 표준화 및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도 점진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서울시에서는 주요 배달업체와 2025년까지 약 10만 대의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동이륜차로 대체하는 MOU를 맺는 등 국내에서도 수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 소형급(125cc) 전동이륜차의 구동/냉각시스템 및 VCU(Vehicle Control Unit)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으로 다양한 고객/시장에 맞춤 적용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공유화 인프라와 연계 가능한 솔루션도 개발 중이고,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포함한 토털솔루션 시스템을 판매하고자 국내 배터리 셀 업체와도 전략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 현대케피코 선행연구개발팀 서인근 책임연구원
- 소형 모빌리티는 에너지 활용 기술의 발전(전동화)과 네트워크 서비스와의 접목(공유)으로 보다 우리 생활에 친숙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마트 퍼스널 모빌리티가 보편화되려면 적극적이고 다차원적인 공유서비스, 무선정보교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 창출, 빠른 생애주기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장점인 파워트레인 제어개발 경험과 체계적 제품개발 절차를 바탕으로 통합제어솔루션을 공급함으로써 스마트 퍼스널 모빌리티의 키플레이어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전동이륜차는 비단 전기를 이용한 구동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와 연동한 사용자 편의 기능을 목표로 이 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보다 발전 시켜 나갈 것입니다.
- 현대케피코 제품설계3팀 강훈철 책임연구원
- 우리 회사는 소형급 전동이륜차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제품 및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개발 품목은 전기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구동 모터, 구동 모터를 제어하는 MCU(Motor Control Unit), 구동 모터에서 발생한 토크를 증폭시키는 감속기, 구동 모터와 MCU 냉각을 위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EWP(Electric Water Pump), 냉각수로 전달된 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시키는 라디에이터, 차량의 각종 정보를 전달받아 제어하는 VCU, 배터리의 고전압을 12V 저전압으로 변환시키는 DCDC 컨버터 등입니다. 아직 가격, 속도, 편의성 등 여러 측면에서 내연기관 이륜차에 비해 부족하지만, 성능의 지속적 향상, 저렴한 유지비,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으로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