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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 작품들. 어두운 밤을 지나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태양이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깔리면 아련하고도 육감적인 기운이 대기를 감쌉니다. 이런 밤엔 누구라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죠. 이 신비로운 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조의 영감을 선사했습니다. 화가들은 낭만적인 밤의 풍경을 화폭에 옮겼고, 시인과 소설가들은 밤을 꼬박 새워 주옥같은 문장을 빚어냈습니다. 밤의 작업실에서 찬란한 예술을 꽃피운 예술가들을 추억해봅니다.
밤, 꿈을 품다
l 유대계 독일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밤 시간을 쪼개 문학을 향한 못다 한 꿈을 이뤄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는 문학청년이었으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하고 노동자산재보험공사에서 14년간 일했습니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 3시부터 7시 반까지 잠을 자고, 밤 11시경부터 3시간쯤 글을 쓰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는 창작 활동을 탐탁지 않아 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작가로 살며 틈틈이 집필을 계속했고, 그 결과 대표작 <변신>을 완성했습니다. 현대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카프카의 실존주의는 어쩌면 낮에는 밤을 꿈꾸고, 밤에는 새로운 작품을 꿈꾼 지독한 몽상가의 밤낮 없는 고민의 결과가 아니었을까요.
어느 눈부신 밤에
l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긴긴밤을 지새우며, 명작 <레 미제라블>을 완성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1845년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 17년 만에 세계적인 명작 <레 미제라블>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집필에 몰두하여 까만 밤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희대의 역작 <레 미제라블>을 완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분량도 방대하거니와 툭 하면 주인공 장발장의 이야기에서 19세기 프랑스 사회상에 대한 묘사로 새기 일쑤입니다. 수녀원 담장을 뛰어넘다 당시 수도원 제도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하수도에 숨어들다 파리 하수도의 역사를 한참이나 늘어놓는 식입니다. 그러나 긴긴밤을 굽이굽이 돌며 그렇게 장황하게 이어지던 이야기의 결론은 그 시대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애정 어린 시선입니다.
불면을 음미하다
l 헤르만 헤세는 잠 못 드는 밤, 세상의 양면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섬세한 심리의 소유자로 젊은 시절부터 만성 두통을 비롯해 여러 아픔을 겪은 헤르만 헤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숱한 불면의 밤을 통해 남자와 여자,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등 세상과 세계의 양면성을 관찰하고 조화를 모색했으며 그와 같은 고민을 담아 <데미안>, <지와 사랑> 등을 발표했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에 고독과 고통을 곱씹어본 이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라고 했던 작가는 비단 잠뿐만이 아닌 저마다의 고민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삶의 해답을 제시합니다.
글. 김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