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준, 뉴노멀을 알아봅니다
2010년 글로벌 경제는 ‘뉴노멀’이라는 용어로 시작합니다. 뉴노멀은 ‘새롭게 변화한 양상이 일상화되는 것’으로 2000년대 초 미국 월가에서 당시 폭풍우처럼 몰아치던 닷컴 열풍이 일시에 꺼져버린 현상을 두고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기준’이자, 비주류와 주류의 접점에서 이색적인 트렌드를 창조해내는 문화를 일컫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뉴노멀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뉴노멀, 넌 누구니?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뉴노멀의 시대입니다
‘요괴라면’이라는 이름의 라면을 들어봤나요? 이름도 요상한 정체불명의 라면이 등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하더니 공중파 TV의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7만 개를 팔아치운 저력의 요괴라면은 패션 디자이너, 인테리어 전문가, 외식 업계 대표 등 라면과는 전혀 상관없는 크리에이터가 모여 만든 그룹 ‘옥토끼프로젝트’의 브랜드입니다. 국물떡볶이 맛, 봉골레 맛, 크림크림 맛 등 이색적인 맛을 선보인 것은 물론 판매 방법이나 유통 채널 역시 기존 라면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비주류였던 브랜드가 주류 시장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단순히 외식 업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수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공중파 TV 프로그램보다 혼자 모든 것을 진행하는 1인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방송이 더 많은 화제를 낳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대신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해 쇼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 존재감조차 없었던 브랜드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쉽게 발견할 수 없던 스몰 브랜드가 주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는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 등 특정 계층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New Normal)’이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할머니를 모델로 내세운 명품 브랜드나 아재가 된 X세대를 위한 패션 상품의 인기도 뉴노멀 시대가 낳은 기가 막힌 마케팅 전략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 변화가 만들어낸 트렌드
뉴노멀이 가장 먼저 탄생한 곳은 따로 있습니다
사실 뉴노멀은 문화가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용어입니다.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12년까지 이어진 경기 불황 속에서 만들어진 이 새로운 경제적 기준은 더 이상 과거의 표준이 현재와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수시로 변화하는 시대성을 대표하는 데 이만한 정의도 없습니다. 기존 질서를 벗어나 불확실성이 높아진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나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성별과 연령대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자신만의 명확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소비와 브랜드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유행이라고 일컫는 주류 브랜드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비주류 제품이나 문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대의 대세, 스몰 브랜드
뉴 노멀 시대, 스몰 브랜드가 잘나가는 세 가지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의 대표 시장으로 여겨지는 스몰 브랜드가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트렌드의 변화 때문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중요해지고, 브랜드 경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진 요즘 타인과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하는 전통적인 브랜딩 방식이 아닌, 타깃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를 잘 녹여낸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접근하는 스몰 브랜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흔하지 않은 비주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진 것입니다.
둘째, 일상화된 소셜 미디어의 확산 덕분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유통 채널이자 판매 채널이며 이를 통해 브랜드에 우호적인 팬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요괴라면의 판매나 빈티지 콘셉트로 인기를 얻은 프릳츠 커피의 홍보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대규모 리소스의 투자가 필요했던 과거의 유통과 마케팅 없이도 비주류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과 방법이 늘어난 것입니다.
셋째, 실제 고객들이 경험하게 되는 퀄리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대량으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작은 기업, 1인 기업이 만들어내는 스몰 브랜드의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스몰 브랜드는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고, 정확한 프로세스를 거쳐, 훌륭한 품질로 만드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창업자의 철학이나 진정성이 더해지기에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우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전을 꿈꾸는 ‘나의 콘텐츠’를 위하여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입니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가 쏟아지는 뉴노멀 시대에 어떤 정보가 도움이 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입니다. 별난 취향으로, 소수의 사람만이 열광하던 비주류 문화가 어느덧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해 주류 문화로 올라서는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시장에서 무엇이 유행할지 골몰하는 것보다 나의 생각, 나의 관점 그리고 나의 콘텐츠가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뉴노멀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브랜딩하는, 자기 확신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글. 우승우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더워터멜론 대표)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반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NGO, 공공기관, 학교, 축제, 개인 등 다양한 브랜딩 작업을 해온 마케터입니다. 저서로는 <창업가의 브랜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