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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안경을 보면 그 시대 패러다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안경은 그 자체의 물성만으로도 이미 ‘혁신의 아이콘’입니다.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입니다. 다른 시각, 다른 관점, 다른 각도. 안경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틀입니다. 시력 보조 기구에서부터 패션, 첨단 IT기술의 집약체로까지 발전해온 안경을 통해 패러다임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보기 위한 도구에서 보이기 위한 도구로
l 안경은 눈을 잘 보이게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안경을 쓰는 시대. 안경은 더이상 진귀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찮은 물건 또한 아니죠. 13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최초의 안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시력이 나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눈은 오로지 인간의 눈으로만 대체해야 했습니다.
안경은 그야말로 인류의 삶을 뒤바꾼 발명품이었습니다. 스마트폰 못지않게 혁신적이었습니다. 디지털세계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안경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안경은 몸과 사물의 경계를 허물어뜨렸고, 생활필수품을 넘어 신체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에 안경은 그저 ‘보기 위한’ 도구였지만 점차 ‘보이기 위한’ 도구로도 변화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17세기부터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트렌드세터들의 패션 소품으로, 스포츠 고글과 VR(가상현실)용 안경으로, 카메라나 내비게이션 기능을 하는 스마트 안경으로 말입니다. 안경이 ‘동네 슈퍼 패션’이나 ‘너드(Nerd: 따분한 공부 벌레, 괴짜)’의 상징이던 시절은 이제 과거일 뿐입니다.
안경, 혁신의 아이콘이 되다
l 안경의 버라이어티한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스포츠의 훼방꾼이었던 안경이 이제 필수 스포츠용품으로 대접받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자전거나 등산 같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누구든 자외선과 바람을 피하기 위한 스포츠 고글 하나쯤은 갖고 있습니다. 이뿐인가요. 안전한 운전을 돕는 ‘드라이버 전용 안경렌즈’도 있습니다. 선글라스 농도의 40~50% 정도를 적용한 렌즈로 운전 시 편안한 시야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긴 시간 운전에도 눈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독일의 한 광학전문업체는 동공의 크기를 반영해 렌즈를 디자인합니다. 이는 야간 운전 땐 반대편 차량 헤드라이트의 눈부심을 줄여 주는 등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고 눈의 피로감을 덜어줍니다.
VR을 빼놓고 안경의 혁신을 말할 수 없습니다. VR 테마파크나 VR방에 가면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부터 실내 낚시, 좀비 게임에 이르기까지 VR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모두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안경의 화룡정점은 스마트 디바이스입니다. 사진 촬영과 인터넷 검색, SNS와 내비게이션까지 가능한 구글 글래스는 안경이라기보다 스마트폰에 가깝습니다. 손동작과 목소리로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랄까요. 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해 주는 스마트 안경은 또 어떤가요? 그냥 걷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운동량 체크는 그걸로 끝입니다.
사물과 착용자의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스마트 안경을 보고 있자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노안이 오더라도 돋보기와 근시 안경을 번갈아 쓸 필요도, 다초점렌즈를 맞출 필요도 없게 되다니. 여기에 운동 중에 심장박동이나 신체 상태를 증강현실(AR)로 보여주는 스마트 안경으로도 모자라, 쓴 채로 코를 문지르기만 하면 휴대폰 전반을 제어할 수 있는 안경까지 나오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바야흐로 안경은 ‘Glasses’에서 ‘Eye Wear’로 진화 중입니다.
글. 강나연 한겨레 신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