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비스트로 스파크는 고된 하루에 위안이 되는 요리를 만듭니다
고된 하루 끝, 좋아하는 가게에 들러 파스타 한 그릇과 와인 한 잔을 주문해봅니다. 금방 만들어진 따끈한 생면 파스타를 입 안 가득 넣어 꼭꼭 씹고, 잘 어울리는 와인 한 잔을 곁들입니다.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차오릅니다. 외국 영화 같은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는 곳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마이메뉴’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탈리안 비스트로, 스파크입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스파크
새로운 모습으로 리뉴얼된 스파크는 조금 더 편안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스파크는 2016년, 압구정 로데오의 한 골목에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3년간 한 자리에서 이탈리아의 요리와 와인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천천히 성장해 왔는데요. 하지만 스파크의 박성우 셰프는 더 많은 이들과 요리를 나눌 수 없음에 늘 아쉬움을 느껴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올해 9월, 스파크는 셰프의 바람대로, 보다 편안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스파크는 먹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요리를 지향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한다’라는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와 주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리뉴얼을 결정했어요. 새로워진 비스트로 스파크에서는 손님들이 편안한 공간에서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파크는 셰프의 손길로 이전보다 개방적인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오픈 키친 너머로는 셰프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볕이 좋은 날에는 한쪽 벽의 통유리창을 열고, 차양을 펼칩니다. 길을 지나가다 스스럼없이 들어올 수 있을 만큼의 편안함과 따뜻함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와인 한 잔으로 더 조화로워지는 요리
볼로네제 리소토를 뭉쳐 튀겨낸 아란치니는 스파크의 대표 메뉴입니다
메뉴에서 가장 첫 번째에 있는 요리는 아란치니(Arancini)입니다. 아란치니는 리소토를 뭉친 후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음식입니다. 스파크의 리소토는 토마토와 고기가 들어간 볼로네제 소스 리소토에 모차렐라 치즈까지 더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작은 크기의 아란치니를 많이 만들지만, 실제로 아란치니의 고향인 시칠리아에서는 주먹만 한 크기로 만들어 끼니로 먹기도 하는데요. 스파크의 아란치니도 크기가 상당해서 한 조각만 먹어도 든든합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해 와인과도 잘 어울리지요.
열무와 함께 말아낸 카르파치오 롤 샐러드는 보기에도 친근하고, 먹기도 편합니다
와규 우둔살을 염장한 후 얇게 썰어낸 카르파초(Carpaccio) 롤 샐러드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메뉴입니다. 박성우 셰프는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자주 선보여 왔는데요. 일반적으로 이탈리안 조리법에서 많이 사용하는 채소 루콜라 대신, 열무가 들어가 아삭한 식감이 한결 살아납니다. 김밥처럼 한입에 넣기에도 좋은 카르파초는 씹으면 씹을수록 소고기의 풍미가 진해집니다. 의외로 레드 와인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새로 선보이는 리노 스타일의 푸짐한 해산물 파스타
박성우 셰프는 한결같이 ‘이탈리안’이라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싱가포르의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이탈리아 북부 레코(Lecco) 지역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비스트로 스파크의 대표 메뉴인 리노(Lino) 스타일의 푸짐한 해산물 파스타에는 박성우 셰프의 역사가 녹아 있는데요. 그가 처음으로 몸담았던 레스토랑의 셰프에게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두 손으로 들어야 움직일 수 있는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이 메뉴는 첫 순간부터 눈을 사로잡습니다. 가리비, 새우, 문어, 바지락 등 싱싱한 해산물이 투박할 정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요리는 정확한 규칙 안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음식의 본질은 좋은 재료의 맛을 즐기는 것’이라는 셰프의 말을 새기고 싶었습니다.” 씹히는 힘이 좋은 생면 파스타가 들어가 있는 이 메뉴도 와인과 궁합이 좋은데요. 양이 넉넉한 만큼, 여럿이 나누다 보면 와인 한 병도 금세 비울 수 있습니다.
스파크에서 변하지 않을 몇 가지
전복 리소토는 오픈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아 온 메뉴입니다
스파크는 새로운 모습으로 무장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메뉴도 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라고도 할 수 있는 전복 리소토입니다. 전복 육수와 내장, 쌀, 해산물을 갈아 정성 들여 끓여낸 해산물 라구(Ragu)가 토대가 됩니다. 라구는 고기를 넣어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요. 해산물로 라구를 끓이면 시원하면서도 진한 맛이 배가 됩니다. 쌀알마다 해산물의 향이 배어든 리소토 위에 마로 감싸 장시간 쪄낸 전복을 올려 마무리합니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박성우 셰프가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오픈 초기부터 박성우 셰프는 요리뿐 아니라, 그림으로도 스파크를 표현하려고 노력해 왔는데요. 박성우 셰프의 그림도 여전히 스파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요즘은 자주 그리지 못하지만, 그림을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이 있어요. 이탈리아 요리를 닮은 꾸밈없는 솔직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배추, 오징어, 레몬 등 식자재부터 배와 같은 오브제까지, 박성우 셰프의 그림으로 스파크의 아늑함이 완성됩니다.
박성우 셰프의 스파크는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편안한 레스토랑입니다
박성우 셰프가 꿈꾸는 새로운 스파크는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환영받는 공간’입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오기보다는 지나가다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자주 오고 싶은 그런 공간이요.” ‘작은 불꽃’이라는 이름처럼 따스한 온도로 맞이해줄 스파크. 유독 지치고 힘든 날, 사려 깊은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한 그릇으로 위로받아 보시면 어떨까요?
글. 김나영(푸드 칼럼니스트) 요리를 전공하고 푸드 매거진 라망에서 푸드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이후 GQ, 올리브 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사진. 류현준(JPG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