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극복, 자유 그리고 희망…’ 파랑이 그저 차갑고 우울한 색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전하는, 예술 작품에 녹아 있는 파랑의 의미를 알아봅니다.
Blue is [Intangibility]
당시 대중들은 파격적이고 대담한 이브 클라인의 작품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지만, 8년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를 비롯한 현대의 행위예술가와 팝아트, 미니멀리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화가들이 파란색을 즐겨 사용했지만 이브 클라인(Yves Klein)만큼 집착한 이는 없었습니다. 그는 캔버스 곳곳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라는 자신만의 색으로 특허를 받은 다음 모델의 몸 위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스펀지에 물감을 흡수시켜 전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수많은 색상 중 파랑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모든 색깔은 심리학적으로 구체적이고 명백한 개념들을 연상시키지만, 블루는 기껏해야 바다와 하늘을 연상시킬 뿐이다. 명백하고 가시적인 자연 속에 존재하는 더 추상적인 것이 바로 이것이다.”
Blue is [Life force]
줄리안 온데덩크는 매년 봄 텍사스 일대를 푸른 빛으로 채우는 블루보닛의 신비로움과 강렬한 생명력을 보다 선명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블루보닛 들판의 연작’은 ‘텍사스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 불리우는 줄리안 온데덩크(Julian Onderdonk)가 생전에 남긴 수십 점의 풍경화 작품입니다. 여기서 ‘블루보닛’은 텍사스에서만 자생하는 야생화이자 지역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줄리안 온데덩크는 매년 봄 텍사스 일대를 푸른 빛으로 채우는 블루보닛의 신비로움과 강렬한 생명력을 보다 선명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는데요. 맑은 날과 해질녘은 물론 심지어 비오는 날의 들판의 모습까지 캔버스에 담아낼 정도였습니다.
줄리안 온데덩크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다채로운 블루보닛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41세로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블루보닛 시리즈는 ‘Dawn in the Hills’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Blue is [Artistic freedom]
오른쪽 아래 부분은 미완성인 채로 비워져 있는데, 성모마리아의 옷을 그릴 값비싼 울트라마린 안료를 구하지 못해서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사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파랑은 고가의 안료였습니다. ‘울트라마린’이라 불리는 파랑 물감의 원료는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생산되는 청금석이었기 때문인데요. 당시만 해도 준보석에 버금가는 광물로서, 값비쌀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예술가들은 녹색빛이 도는 남동석을 주로 사용하고 코발트블루는 성모 마리아의 옷을 칠할 때나 겨우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1828년,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자크 테나르(Louis Jacques Thenard)가 울트라마린을 대체할 합성 안료인 코발트블루를 발명했습니다. 값싸면서도 지속력이 좋고 아름다운 이 안료는 르누아르, 모네, 모리조 등에게 사랑받으며 인상파 회화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Blue is [Overcome]
‘본 투 비 블루’의 포스터는 어두운 푸른빛으로 쳇 베이커의 근원적인 고통과 외로움을 표현했습니다 ⓒ네이버 영화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는 별명을 지닌 천재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Chet Baker)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 2015)’. 마약 중독과 복잡한 여자 문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니가 부러지는 치명적인 사고까지 당한 쳇 베이커가 집념과 노력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는데요. 제목이기도 한 ‘Blue’는 영화 속에서 쳇 베이커의 좌절과 외로움을 상징하는 동시에 희망과 자유를 나타내는 장치로 쓰였습니다.
Blue is [Hope]
클래식 블루는 시대를 막론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색상으로 통했는데요. 팬톤이 정한 2020년의 컬러이기도 합니다 ⓒ바다출판사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눈물이 글썽한 바다표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사자, 갓 태어난 바다거북의 안쓰러운 걸음걸이를 차례로 보여주는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문장으로 희망의 메시지와 다정한 위로를 보냅니다.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지요. 그래서 늘 걱정만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누가 알아요? 저 골목만 돌면 멋진 세상이 펼쳐질지. 세상은 놀라운 발견들로 가득합니다.”
▶ 해당 기사는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