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삭 성당은 1858년에 완공된 러시아 정교회로, 당시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수도였으며,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핀란드만과 네바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예르미타시 박물관, 도스토옙스키 생가 등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러시아 제2의 도시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예술과 역사의 중심인 동시에, 러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2010년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완공 당시 러시아 총리 푸틴(현 대통령)이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었죠. 2014년 외국계 기업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국가품질상’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현지 맞춤형 모델로 러시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은 7년간 무려 150만 대를 생산해왔는데요. 상트페테르부르크 폴타프첸코 주지사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5대 중 1대가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생산 중인 대표적인 차종으로는 쏠라리스, 글로벌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이 있는데요. 폭설과 추위는 물론 현지의 운전 문화까지 세밀히 고려한 ‘현지 맞춤형’ 모델로, 러시아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위치한 넵스키대로는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진 이 아름답고 활기찬 도시는 불과 300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과거 이곳은 그저 갈대로 가득한 늪지였죠. 러시아의 개혁 군주 표트르 대제는 유럽으로 더욱 가까이 가고자 늪지를 돌로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도시 계획의 시작이었습니다.
운하와 다리가 많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방의 베네치아'라 불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운하와 500여 개의 다리가 도시를 하나로 이어주었고, 화려한 대리석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정 러시아의 새로운 수도가 되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은 제정 러시아의 화려한 궁전문화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총 270만여점의 소장품이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습니다. 표트르 대제 이후 제정 러시아의 로마노프 황가가 얼마나 화려한 생활을 했는지 알고 싶다면 겨울 궁전이라 불리던 예르미타시를 방문해보세요. 바로크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황금 공작새 시계는 매주 수요일 7시에 움직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불릴 정도의 거대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데요. 270만여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작품마다 1분씩만 봐도 전부 보는 데 총 5년이 걸린다고 하죠. 전시품뿐 아니라 방마다 분위기가 다른 왕궁의 인테리어도 흥미롭습니다.
페테르고프에 위치한 여름 궁전은 베르사유궁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겨울 궁전인 예르미타시의 화려함이 마음에 들었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페테르고프 시(市)에 위치한 여름 궁전도 추천합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지었다고 하는데요. ‘차르’라 고 불렸던 러시아 황제들이 여름을 보낸 곳입니다.
여름 궁전의 분수 정원은 7층으로 된 계단식 폭포에 황금빛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여름 궁전의 압권은 분수 정원입니다. 7층으로 된 계단식 폭포에 황금빛 조각상들이 층층이 늘어서 있는데요. 가운데는 20m 높이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태양 빛에 황금빛 조각상과 물방울이 반사되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죠.
모이카 궁전 지하에서는 라스푸틴 암살 당시를 재현한 밀랍 인형을 볼 수 있습니다
가 볼만한 궁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이카 강변에 위치한 모이카 궁전입니다. 이 궁전은 유수포프 공작 가문의 저택이었는데요. 유수포프 공작은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조카사위입니다. 저택에서는 당시 러시아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상을 볼 수 있죠.
제정 러시아를 파국으로 몰고 간 라스푸틴과 관련된 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지하에선 황제의 눈을 가리고 러시아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요승 라스푸틴이 암살당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에는 당시 상황을 재현한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있죠. 제정 러시아의 말기의 혼란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혁명의 도시, 레닌그라드
러시아 군인이 시민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고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혁명의 도시기도 합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황제와 귀족의 사치는 노동자와 농민을 굶주리게 했습니다. 결국 1905년 1월, 노동자들은 겨울 궁전으로 행진하기 시작합니다. 평화로운 행진이었으나 군대는 무고한 이들을 향해 총을 쏘았죠.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였습니다.
1917년 10월, 순양함 오로라호에서 공포탄이 발사되며 혁명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이 사건 이후, 1917년 2월, 또 한 번의 혁명으로 니콜라스 2세가 폐위되고 제정 러시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순양함 오로라호에서 공포탄이 발사됩니다. 블라디미르 레닌이 마르크스 사상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볼셰비키 정부는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겼고, 이 도시의 이름은 레닌그라드가 되었습니다.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불리게 된 것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부터입니다.
빅토르 최의 추억,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아직도 빅토르 최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록가수 빅토르 최가 활동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빅토르 최는 아버지가 고려인, 어머니가 우크라이나인으로 고려인 3세였다고 합니다. 1987년에 고르바초프의 사회주의 개혁 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가 시행되며 러시아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 때, 그는 당시 러시아 젊은이들의 열망을 담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불타는 도시에 그늘이 내린다./ 변화를! 우리의 가슴은 요구한다./ 변화를! 우리의 눈은 요구한다. / 우리의 웃음과 눈물과 고동치는 맥박에, 변화를!/ 우리는 변화를 요구한다.”
(빅토르 최 ‘변화를 원한다’ 中에서)
클럽 캄차카에는 빅토르 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주를 하며 그를 추모합니다
그는 1990년 28세의 나이로 죽었지만, 아직도 러시아 전역에선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때 그가 보일러공으로 일했던 지하 보일러실은 클럽 캄차카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빅토르 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연주합니다. 입구에는 그를 추모하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내부에는 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피의 구원성당이 있습니다
늘 멈추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달려가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이 도시는 자연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고, 새로운 역사를 향한 열망이기도 했으며, 또 변화와 개혁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할 때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상상해보세요. 그것이 이 도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글. 사진. 정효정 방송작가로 다수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당신에게 실크로드’와 ‘남자 찾아 산티아고’를 저술한 여행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