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씨, 복숭아 등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프렌치식 디저트를 선보입니다
막 만든 디저트들이 유리로 만들어진 쇼케이스 안팎에서 마치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익숙한 식재료가 보입니다. 해바라기씨, 복숭아 등 한국의 식자재를 활용한 프렌치식 디저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는 적지만 그래서 더 희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에, 랑꼬뉴의 디저트는 그저 케이크라기보다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랑꼬뉴가 정성으로 빚은 ‘먹을 수 있는 보석’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섰습니다.
비밀스러운 디저트 세계로의 탐험
랑꼬뉴는 프랑스어로 ‘미지의, 알려지지 않은(unknown)’이라는 뜻입니다
랑꼬뉴는 프랑스어로 ‘미지의, 알려지지 않은(unknown)’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디저트 가게가 생기면서 디저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프렌치 정통 디저트들은 여전히 많은데요. 김민선 셰프가 랑꼬뉴라는 이름을 고른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랑꼬뉴라는 이름에는 다양한 시도를 향한 셰프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랑꼬뉴’라는 이름에는 더 멋진 디저트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열망과 제과라는 깊고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다는 셰프의 의지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제과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깊이 들어갈수록 섬세한 정확성을 추구하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저에게도 제과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고요. 아직 도전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그래서 더욱더 흥미롭습니다.”
랑꼬뉴의 디저트가 탄생하기까지
랑꼬뉴에서는 한국적인 색감을 담은 프렌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섬세한 디저트를 만들어왔을 것만 같은 김민선 셰프의 이력은 특별합니다. 본래 뉴욕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후 한국에서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고 하는데요. 30살이 되던 해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를 다녔을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디저트를 특히 좋아해서 학생 때부터 집에서 취미로 만들어보곤 했습니다. 어느 순간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프랑스로 떠났어요. 이왕 배운다면 제대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의 제과 학교 올리비에 바자(Olivier Bajard)에서 교육을 받은 후 파리의 유명 셰프인 세드릭 그롤레(Cedric Grole)의 가게와 작은 빵집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작년 8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적인 색감을 담은 프렌치 디저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파리에서 할 수는 없었어요. 한국 식재료가 있는 한국에서만 가능했죠.”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프렌치 디저트
원형 슈 사이에 해바라기씨를 볶아서 만든 캐러멜 크림을 넣고, 해바라기 씨로 만든 크럼블을 얹었습니다
랑꼬뉴의 오픈을 준비하며 가장 고민한 점은 식재료였습니다. “헤이즐넛이나 아몬드 등 견과류부터 프랑스와는 맛과 향이 달랐어요. 다른 재료로 정통 프렌치 디저트를 만든다고 해도, 흉내 내기에 그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여기, 한국에서 의미가 있는 디저트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는 그래서 유의미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자주 쓰는 견과류 대신, 우리나라 시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박씨를 사용한 디저트가 시작이었습니다.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프렌치 조리기법으로 다듬어 디저트를 완성하는데요. 봄과 가을에는 봉평 메밀, 그리고 여름인 지금은 해바라기 씨를 사용하는 파리 브레스트가 랑꼬뉴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라임 하나를 통으로 착즙해 블루베리와 딸기청에 섞어 만든 상큼한 음료입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식재료가 양식 디저트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김민선 셰프는 단지 덜 알려져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에도 디저트에 활용했을 때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원재료가 풍부합니다. 제과 분야에서는 누가 어떤 식재료를 빨리 발견해서, 맛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한국 식재료로 만드는 디저트에 대한 랑꼬뉴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여름의 맛을 담은 디저트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은 한국 복숭아의 묘미를 살렸습니다
제철 식재료만을 사용하는 랑꼬뉴의 디저트는 계절에 따라 바뀝니다. 추천하는 여름의 맛은 복숭아와 체리입니다. “한국 복숭아는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요. 그 맛을 최대한 살린 타르트를 만들었습니다.” 백도와 천도복숭아, 자두, 레몬버베나를 함께 넣어 만든 마멀레이드와 가벼운 바닐라 크림 위에 맛이 잘든 부드러운 복숭아를 가득 올렸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복숭아의 단맛과, 약한 레몬 향이 함께 감돌아 탄산음료를 마신 듯 청량합니다.
모양 그대로 체리라고 불리는 디저트입니다
또 다른 여름의 맛은 체리입니다. 모양 그대로 ‘체리’라고 불리는 디저트입니다. 경주에서 공수한 노란 체리와 미국산 체리를 함께 사용합니다.
화이트 초콜릿으로 체리 모양을 잡고 노란 체리와 붉은 체리를 함께 넣었습니다
한국의 노란 체리는 맛과 향이 좋으면서도 신맛이 강해서 입맛을 확 돋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로즈메리 향을 입힌 가나슈 크림을 사용하고, 화이트 초콜릿으로 모양을 잡아서 체리 같은 모양을 잡아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귀여운 디저트입니다.
랑꼬뉴가 내일을 준비하는 법
한 달에 한 번, 디저트를 나누며 디저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소셜 모임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제 랑꼬뉴가 문을 연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김민선 셰프는 가게를 운영하며 한국의 디저트 식문화가 생각보다 폐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랑꼬뉴의 디저트가 손님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아쉬움 때문에, 손님들과 디저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손님들을 모시고 디저트를 나누어 먹으며 식재료, 인문학 등 배경 지식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디저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제과 업계 전반도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랑꼬뉴가 여러분을 미지의 디저트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었으면 하고,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글. 김나영(푸드 칼럼니스트)
요리를 전공하고 푸드 매거진 라망에서 푸드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이후 GQ, 올리브 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