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여자실업축구단 레드엔젤스 선수들
1993년 창단한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실업축구단 ‘현대제철 레드엔젤스(Red Angels)’는 2018년 WK리그 최종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6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여기에 무려 여덟 명의 선수가 올해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발탁되었습니다.
정설빈 선수
지난해 2018 WK리그에서 21승 6무 1패(승점 69)를 기록하며 통합 6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는데요. 잠시 휴식기를 갖는가 싶더니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설빈 지난해 팬들의 성원과 구단의 지원에 힘입어 WK리그 6연패를 달성한 것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국가대표로 여덟 명의 선수가 선발된 것도 고무적이고요. 현재는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 23명에 들기 위한 테스트 과정에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중국 광둥성 메이저우에서 열린 4개국 대회에 참가해 중국, 루마니아,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치렀습니다. 몸도 마음도 무척 바쁜 시기이긴 하지만 4년에 한 번 열리는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과 새로운 리그를 준비하는 여정이 무척 설렙니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참가하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김혜리 부상 없이 테스트 기간을 잘 소화해서 여덟 명 모두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6월 7일 홈 팀인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도 크지만, 선수로서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에 최선을 다해 역량을 발휘하려고 합니다.
한채린 국가대표 선발 후 가족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잘하라”고 격려해줘서 힘을 얻었습니다.
신담영 올해 1월, FA를 통해 수원 도시공사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어요. 지난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함께 뛴 선수들이 많아 든든해요.
이소담 선수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로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임선주 유럽 선수들이 워낙 체격과 체력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근력 강화 위주의 웨이트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최인철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도에 따라 모든 선수가 체력 관리를 바탕으로 정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어요.
이소담 사실 선주 언니는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항상 웨이트를 열심히 하는 선수로 팀에서 유명해요.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의 ‘숀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니까요(웃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어요.
김혜리 월드컵에서 후회가 남지 않게 뛰자고 서로 다짐했어요.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순간 스피드와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지속하고 있어요.
선배들의 뒤를 이어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기까지 남다른 팀 워크가 작용했을 것 같은데요. 평소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설빈 2018년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습니다. 5연패를 넘어 6연 패를 향하는 팀의 주장이 된다는 것이 영광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WK리그를 뛰면서 힘든 시기가 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선수들이 주장인 저를 믿고 잘 따라줘서 고마웠어요.
이영주 선수
이영주 무엇보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축구단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강점이죠. 연습 스케줄이나 선수 지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이것이 우승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이소담 저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남 탓’ 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국내 최강팀이다 보니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실력파 선수들이 많아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죠. 제가 입단한 지 1년이 됐는데 2018 WK리그 우승을 처음 경험하면서 왜 현대제철이 6연패를 달성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평소 훈련 강도가 그만큼 높았고 선수진, 코치진 모두 우승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슬기 선수는 2018 WK리그에서 27경기 11골 7도움을 기록하며 2018 K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내 최고 실력파 선수로 인정받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장슬기 지난해 A매치가 거의 없어 WK리그에 전념할 수 있었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를 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팀플레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저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팀 모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
한채린 선수
좋은 선수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축구선수로서 한뼘 더 성장하기 위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한채린 미드필더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매번 해요. 현대제철에는 워낙 잘하는 선배가 많아서 플레이를 보며 좋은 점을 찾아 배우려고 합니다. 2019년에는 보다 성숙한 자세로 지난해보다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이영주 여기 있는 모든 선수의 바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거예요.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월드컵과 WK리그 모두 목표하는 성적을 내고 싶어요.
김혜리 레드엔젤스와 대표팀에서 꼭 필요한 ‘존재감 있는 선수’ 가 되고 싶습니다.
이소담 부상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이 모든 선수의 최우선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한편으론 제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능성의 한계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왼쪽부터) 김혜리, 장슬기, 신담영, 임선주 선수
마지막으로 늘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 선수에게 응원과 칭찬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김혜리 신담영 선수는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주전 수비수였고 어릴 때부터 촉망받던 축구 유망주였어요.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 팀으로 뛰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여러모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활약해주리라 기대합니다.
신담영 임선주 선수는 여행과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데, 저도 그렇거든요. 공통점이 많아서 친근하고 경기할 때도 서로 믿고 뛸 수 있는 선수입니다. 같은 수비수로서 공중볼 컨트롤이나 헤딩 능력이 뛰어나고 위치 선정이 탁월한 점을 닮고 싶어요.
임선주 장슬기 선수는 에이스답게 기복이 없는 선수예요. 양발을 다 쓰는데 어느 포지션이나 소화할 수 있는 기본기와 기술을 갖춘 선수죠. 이런 선수와 같은 팀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장슬기 흥이 많은 이영주 선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통해요.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저를 격려해주고 잘 챙겨주는 선수이기도 하죠. 상대 선수를 속이는 영리한 플레이로 공격 기회를 만들고, 타고 난 순발력을 잘 발휘하는 것이 장점이에요.
이영주 이소담 선수는 경기장에서 활동량이 많은 선수로 유명해요. 미드필더는 경기력을 좌우하는 포지션이기에 활동량이 그만큼 중요하거든요. 이소담 선수와 장슬기 선수가 특히 뛰어난데 그라운드에서 펄펄 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러워요.
이소담 한채린 선수는 제가 가지지 못한 배포를 가지고 있어요. 윙어로서 특유의 드리블 능력을 갖춘 데다 스피드까지 빨라 한번 공을 잡으면 상대가 뺏기 힘들죠. 무엇보다 경기장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한채린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한채린 주장인 정설빈 선수는 처음 팀에 입단했을 때 제일 무서웠던 선배였어요. 사실 제가 어릴 적에 정설빈 선수가 프리킥으로 골 넣는 모습을 보고 반했거든요. 그런 골을 넣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이렇게 같은 팀에서 뛰고 있으니 영광이죠. 최고의 공격수인 정설빈 선수의 강한 카리스마 뒤에는 따듯한 배려심도 있어서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어요.
정설빈 김혜리 선수는 후배 선수들을 잘 챙겨요.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죠. 꾸준한 몸 관리를 통해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동료에게 신뢰를 주는 선수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도 인사를 전하고 싶은데요. 지난해 팬들이 보여준 응원에 힘입어 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우승할 수 있었듯이 3월에 시작될 2019 WK리그와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도 많은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지연
사진.김범기 픽쳐쑈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