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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현대자동차그룹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PO의 멋진 하모니를 만드는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HPO(Hyundai motor group Philharmonic Orchestra, 현대자동차그룹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게 이처럼 어울리는 구절도 없을 것입니다. 2009년 10여 명이 모여 조촐하게 시작된 HPO는 이제 8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동호회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12월 3일, 문턱 높기로 유명한 ‘예술의전당’에서 8번째 정기연주회를 치렀습니다. HPO는 드보르자크가 신대륙에서 받은 영감을 여과 없이 풀어낸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로 대망의 막을 올렸습니다. 하나하나의 악기가 모여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을 만들어내듯 풍요로운 내일을 창조할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를 그려냈습니다. 전례 없는 예술의전당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묵묵히 힘을 보탠 HPO 3인방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현대자동차그룹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PO는?2009년 시작된 현대자동차그룹의 클래식 연주 동호회. 자체 정기 연주회는 물론 회사 내 다양한 초청 연주회와 여러 봉사 연주회에서 재능 기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2017년 12월 3일에는 동호회 창립 이래 최초로 예술의전당 공연을 치렀습니다. HPO는 매년 1월 신입 단원모집 오디션을 실시합니다. ▶ HPO 홈페이지 바로가기 세월의 향기를 노래하는 플루티스트
현대위아터보 우남제 상무이사
l 두 딸을 위해 연주했던 플루트,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연주합니다
우남제 상무이사가 플루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이제 기억도 희미해진 어느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안개 낀 호숫가의 작은 조각배 안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녀가 연주하던 음악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그때부터 그는 마음속에 플루트를 품었습니다.
“입사하고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당시 용인 마북리에 위치한 현대연구소로 출근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 후 지금은 사라진 계동 중앙문화회관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플루트를 배웠어요.”
일본 주재원으로 나가 있을 때는 야마하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받으며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31년 전 처음 플루트를 배울 당시, 장차 자녀 결혼식 때 축가를 연주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요. 첫째와 둘째 딸의 결혼식 때 자녀들도 모르게 HPO 단원들의 지원을 받아 깜짝 플루트 연주를 해 감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더라도 공연을 즐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접한 우남제 상무이사는 클래식 공연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공연장에 갔는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제일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 한 가지를 응시하며 연주자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표정이 어떤지 살펴보세요. 만약 오보에를 좋아한다면 오보에 주자가 언제 쉬고 연주하는지 보면서 오보에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음악 속에서 유심히 찾아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클래식 연주가 좀 더 쉽게 느껴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HPO의 정기 연주회는 클래식 음악이 낯설거나 클래식 공연이 어려운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였을 것입니다. 공연 레퍼토리를 드보르자크의 곡으로 채운 이유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연주회에서는 장일범 음악평론가의 해설도 곁들여졌습니다. 그는 이 모든 게 해마다 더 나은 연주, 더 멋진 공연을 위한 HPO 단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음을 강조했습니다.
“HPO는 정기 연주회 이외에도 향상음악회, 송년음악회, 봉사연주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연수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근로자나 신입사원들의 수련회에서 HPO의 연주로 환영한다면 좀 더 친밀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혼자 하던 연주가 HPO를 통해 하모니로 바뀌었고, 이제는 그 하모니를 많은 이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우남제 상무이사.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하모니를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현대건설 미래사업아이템발굴TFT 박지수 대리
l 잊었던 클래식 음악이 다시 좋아지고 직장에서의 마음가짐도 달라졌습니다
학창 시절 아침마다 박지수 대리를 깨우는 알람은 클래식 음악이었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가족의 영향으로 잠시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학업에 집중하면서 점점 멀어지게 됐습니다. 바이올린을 잊고 산 지 10년, 입사 후 친한 동기가 HPO에서 활동한다기에 그녀 역시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기분으로 입단을 신청했습니다. ‘해 보고 싶다’라기보다 ‘바이올린이 있으니 한번 해볼까’에 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2014년 하반기에 활동 중인 동기를 따라 입단했습니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연습하고 참여하는 쪽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계속 음악을 접하니까 데면데면했던 클래식 음악이 좋아지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바이올린 연습이 귀찮아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바이올린을 들게 됩니다. 그 모습에 그녀의 가족도 신기하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열의를 가지고 다음 연주회를 준비하던 중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습니다. 공연을 앞두고 장기 출장을 가게 된 것입니다. 정기 연주회 프로그램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인 베토벤의 곡이었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한 번 붙은 열정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연습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열의를 불태우기 시작한 HPO 활동은 그녀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선사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단원들과 함께 연주해야 하잖아요. 그만큼 제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갖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다른 악기의 연주를 듣기 위해 바이올린을 내릴 때도 조심히 놓아야 하고 악보 한 장을 넘길 때도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야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작은 행동이 단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줄 몰랐습니다. 알아도 몸에 밴 버릇을 고치기 힘들었습니다. 조심히 행동하는 것에도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꾸준히 주변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회사에서는 물론 일상에서도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동료를 대하는 태도까지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HPO에 애정이 샘솟는 박지수 대리에게 HPO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HPO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이 연습량이 얼마인지, 활동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을 때가 있어요. 우리가 모여 뭔가를 이룬다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음악을 즐기면서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큰 부담없이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한 번 목표를 정해 놓으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악기 연주. 박지수 대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게을리할 수 없는 바이올린 연주에 푹 빠졌습니다. 그녀의 활기찬 모습에서 HPO의 밝은 미래가 엿보입니다.
올곧은 음색으로 중심이 되는 트럼펫터
현대자동차 가솔린엔진설계1팀 윤석중 책임연구원
l 악기 소리도 내지 못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HPO의 단장이 돼 단원들과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장르 불문, 음악 듣기가 취미인 윤석중 책임연구원. 다양한 곡 중에서도 한동안 그를 사로잡은 곡이 있으니 바로 재즈연주가 척 맨지오니의 대표곡 ‘필 소 굿(Feels So Good)’입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곡을 연주하는 플루겔혼의 풍성하고 따뜻한 소리에 반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 HPO 단원 모집 소식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8년이 지나고, 소리를 내기는커녕 악기를 쥐는 법조차 몰랐던 창단 초기 멤버 윤석중 책임연구원이 어느새 단장이 되어 HPO를 2년째 이끌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아트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가졌어요. 2013년부터는 조금 더 욕심을 내 외부에서 공연하고 외부 관객도 유치하고자 홍보에 힘썼습니다.”
당시 홍보를 맡았던 윤석중 책임연구원의 노력 덕분일까요. 2013년 장천아트홀에서 열린 제4회 정기 연주회는 600석 이상의 좌석을 가득 채우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오히려 자리가 부족해 복도에 임시 의자를 설치하기도 했고, 그마저도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 앞에서 신나게 연주했던 경험은 HPO에게 새로운 목표를 심어줬습니다.
“단원들끼리 10주년 연주회를 예술의전당에서 해보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어요. 그때부터 부딪쳐보자는 심정으로 예술의전당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는 사람이 꿈꾸는 것은 그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HPO 창단 초기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무대에 올랐잖아요.”
그의 말처럼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10주년이 아닌 8주년 공연을 예술의전당에서 하게 된 것입니다.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은 1년 반 전에 확정됐습니다. 대관 심사가 까다롭고 무대에 서려는 단체가 많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예술의전당 무대에 지원하면서 나름의 전략도 생겼습니다. 연습을 많이 해서 실력을 쌓는다 해도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이를 보강할 부분이 필요했습니다. HPO의 하모니를 이끌어 줄 인물로 여자경 지휘자를, 협연자로 송영훈 첼리스트를 섭외했습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가슴 떨리는 일이죠. 그러나 HPO의 최종 목표는 아니에요. HPO 활동을 통해 얻은 기쁨을 많은 분에게 음악으로 선사하는 것, 그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거든요. 그런 의미로 내후년 10주년 공연 때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무대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환희의 송가’로 잘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무대를 위해서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네 명의 솔리스트와 100여 명의 대규모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2009년에는 한 음도 겨우 내는 트럼펫터였던 그가 10주년이 되기도 전에 예술의전당 무대를 밟았으니까요. 더욱이 혼자가 아닌 HPO 안에서 함께 꾸는 꿈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글. 박신혜
사진. 안용길 도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