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호모 아키비스트,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은 기록을 통해 마음의 거울을 닦았고, 앤디 워홀은 매일매일 자신의 창작활동과 사소한 일상의 기록물을 담아 610개의 ‘타임캡슐’을 남겼습니다. 기록은 많은 위인과 역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개인의 역사, 꿈과 목표를 이뤄주는 중요한 기제입니다. 또한 단순한 기억의 보존 장치가 아닌 창의성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기록을 통해 업무와 삶의 인사이트를 넓혀 나가는 현대자동차그룹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어제의 내가 다가와 미래의 나를 어루만지다
현대건설 문화홍보팀 김혜윤 대리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마법 같은 기록을 남깁니다
웹드라마 등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스낵콘텐츠를 통해 건설업이 주는 남성적이고 딱딱한 이미지 벗기에 나선 현대건설. 현대건설 문화홍보팀의 김혜윤 대리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팀에서 온라인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그녀는 올해부터 좀 더 특별한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가 회사 생활에 대한 웹툰을 그리게 된 것입니다. 올 3월 말부터 현대건설 페이스북(www.facebook.com/HDENC)에 연재하는 ‘한 컷 공감툰’이 그 기록입니다. ‘점심식사 후 동료들과 즐거운 산책’, ‘팀장님의 연차는 우리들만의 어린이날’ 등 회사 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내 임직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일당백으로 기록을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는데,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선보이는 작업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답니다.
김혜윤 대리에게 웹툰은 9년 차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특별하게 바꾸는 마법같은 기록입니다. 그리고 어제를 돌아보고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나의 기록이 곧 팀의 역사가 된다
전북현대모터스FC 선수단운영팀 김상수 대리는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승리를 위해 기록합니다
김상수 대리는 전북현대모터스FC의 경기 기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북현대모터스FC가 K리그 팀 중 가장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의 업무도 막중합니다. K리그 최다 승, 최다 골, 최초 100승 등 전북현대모터스FC가 세우는 모든 기록은 곧 팀의 역사이자 한국 축구의 역사가 됩니다. 또 다음 경기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때문에 그날의 경기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김상수 대리에게는 팀의 우승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경기를 시작할 때, 기록지에 쓰인 숫자는 그날의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며, 그 기록을 ‘살아 있는 역사’라고 여깁니다. 누구보다 팀의 기록을 ‘100%’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는 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입니다. 기록하는 업무를 오래하다 보니, 가족의 생일이나 경조사, 남북회담 등 중요한 이슈들을 숫자와 연관 지어 기억하는 독특한 습관도 생겼습니다. 그는 매일 숫자와의 싸움으로 정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지만, 오히려 일이나 생활에 있어 장점인 부분도 있다며 허허 웃어넘깁니다.
기록하는 만큼 성장하고 지혜로워진 나날들
현대차증권 상품전략팀 김용민 과장은 기록을 통해 작은 것의 파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7월부터 사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현대차증권. 김용민 과장 역시 펀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수익률을 관리하고 기록하는 펀드 애널리스트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 높은 비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차트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 그가 매일 분석하고 카테고리화시킨 기록은 지나간 성과로만 치부하기에는 펀드 애널리스트로서 더없이 중요한 자료입니다. 김용민 과장에게 기록은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이자 고객에게 더 좋은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 것입니다.
기록과 관련된 업무를 하며 그의 일상이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소한 것에 개의치 않았던 성격이었지만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기록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입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삶의 파장을 가져올 수 있기에 한 번 더 깊게 생각하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에게 기록은 개인의 성장 발판일 뿐만 아니라 평범한 데이터를 지식과 지혜로 변환하는 도구입니다.
글. 이채영
사진. 허동욱 플러그비주얼랩 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 이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