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현대모비스 서비스부품품질팀의 김성철 대리(왼쪽)와 고창화 대리(오른쪽)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방대한 기록을 마주했습니다
500년 전 로봇을 꿈꾼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뛰어난 화가이자 과학자였고 건축가이자 공학자였던 그는 37년간 3만 장가량의 방대한 기록물(코덱스)을 남겼습니다. 모두가 치밀했던 연구 끝에 탄생한 작업의 결과였습니다. 500년의 시간을 달려서 한 장 한 장 다시 열어본 다빈치의 노트. 과거와 현재, 예술과 과학이 융합되어 만들어낸 놀라운 디테일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다빈치 코덱스를 찾아 떠나는 여행
l 자연과 인류,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집단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샤이라이트(Shylight)’
운동마저도 집 안에서 한다는 김성철 대리는 물론 종종 전시회를 찾는다는 고창화 대리에게도 이번 전시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낯설다는 것은 다시 말해 새롭다는 것. 그래서 더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기도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우리에게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의 화가로 익숙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건축가이자 과학자이고 시대를 앞선 공학자라고 알고 있어요. 오늘 전시에서 다빈치가 남긴 코덱스(Codex), 그러니까 일종의 설계 노트를 만날 수 있는 거잖아요. 500년 전의 설계 노트라니 괜히 설레네요.”
성실히 예습을 해온 고창화 대리의 설명에 김성철 대리도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기대가 되네요. 넓게 보면 선배 공학자,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대선배님의 설계도가 얼마나 디테일하고 치밀할지 궁금합니다.”
낯섦과 설렘,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들어선 다빈치 코덱스 전시관. 자연과 인류,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집단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작품이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가장 현명하고 고귀한 스승은 자연이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반영한 듯, 빛의 강약에 따라 피고 지는 꽃잎이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오묘한 음악과 함께 500년 전 다빈치의 기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21세기 다빈치를 꿈꾸는 이들의 오마주
l 로봇공학자 김상배 교수의 ‘치타 로봇(Cheetah Robot)’
<다빈치 코덱스>전은 21세기의 다빈치를 꿈꾸는 예술가와 공학자, 디자이너 7팀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전시의 주제인 코덱스는 37년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연구 기록물, 그리고 현대의 작가들이 그의 기록물을 재해석한 과정이 담긴 모든 기록물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끈질긴 관찰과 탐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천재의 노력과 사고 과정이 담긴 기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셈입니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콘텐츠, 디자인, 건축, 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빈치 코덱스를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은 여행의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줍니다.
l 한호 작가의 ‘21세기 최후의 만찬’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 한반도의 상황을 대입한 ‘21세기 최후의 만찬’은 한호 작가의 작품입니다. 빵과 포도주가 놓였던 식탁 위에는 전쟁의 아픔을 보여주는 탱크와 생명력의 상징인 화초가 대비되어 놓여 있습니다. 시시각각 신비롭게 변하는 빛의 세계 속에서 평면의 그림은 4차원의 공간으로 재구성됩니다.
작품에 제대로 반한 김성철 대리는 “한참 동안 머물고 싶은 공간이에요. 마치 최후의 만찬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요? 제 표현력이 부족해 아쉽네요. 직접 와서 경험해보세요.(웃음)”라고 이야기합니다.
작은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든다
l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연구기록을 읽어보는 김성철 대리, 고창화 대리
전시회장에서 두 사람이 가장 긴 시간을 머문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37년간의 연구기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빈치가 구상하고 연구해 그린 무기와 식물류, 수학, 과학, 해부학, 기하학 자료, 발명품 구상 등 다양한 소재의 스케치와 설계도, 연구 노트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프의 일종인 ‘은을 입힌 리라’, 16세기에 만들어진 악기 가운데 디자인이 가장 복잡한 악기라는 ‘하프시코드-비올라’ 그리고 다빈치의 발명품 중 동시대인에게 가장 인기 있었다는 ‘기계 사자’까지. 다빈치의 무한한 상상력과 디테일한 설계는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기계 사자는 프랑스 왕이 리옹에 입성할 때 왕을 맞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그러니까 그 당시에 실제로 구동이 가능했다는 거죠. 자력으로 이동한 최초의 장치인데, 그 이후로 300년 동안 같은 게 만들어지지 못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한 설계가 그려진 작업 노트와 이를 구현해낸 엘뜨레의 기계 사자. 둘 사이를 오가며 오랫동안 머물렀던 김성철 대리는 “뛰어난 능력은 물론이고 연구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었기에 위대한 기록들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품질본부에서 일하는 만큼 작은 문제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거든요. 모든 과정에 정확함을 요하다 보니 때론 경직되어 있기도 하고요. 실수나 부족함이 늘 생기곤 하죠. 결국 ‘일 자체를 즐기느냐’라는 미묘한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500년 전 다빈치 코덱스가 남긴 것
l 다빈치 코덱스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집단인 엘뜨레가 구현한 ‘기계 박쥐(Mechanical Bat)’
이번 전시가 주목받는 것은 500년 전 다빈치의 설계를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1998년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다빈치의 코덱스를 수집해 연구해온 이탈리아 민간연구소 엘뜨레는 코덱스에 적힌 다빈치의 생각과 설계를 현대 기술에 접목해 실물로 구현해냈습니다. 이 과정 역시 3D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500년 전 다빈치의 설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다빈치 설계의 기본은 충실하게 지키면서 그 안에 작은 디테일들을 더해 완성한 결과물은 대단한 발명품이자 아름다운 예술품임에 틀림없네요.”
고창화 대리는 엘뜨레가 구현해낸 다빈치의 작품들을 보며, ‘최고의 엔지니어이자 위대한 예술가였던 다빈치’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설계,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제가 하는 업무는 이 모든 과정의 디테일을 책임짐으로써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과 배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연에 대한 깊은 고찰과 과학, 수학, 기술을 아우르는 연구, 낙서가 뒤섞인 일상의 메모가 담겨 있는 다빈치 코덱스. 그 위대한 기록을 찾아 떠났던 여행이 끝났습니다. ‘알고자 하는 욕구는 훌륭한 사람들의 본능이다’라는 다빈치의 메모를 가슴에 품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