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브랜드가 가진 매력과 장점을 어필하고, 브랜드와 소비자를 매칭하는 ‘듀오’ 같은 광고인이 되고 싶다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이성헌 AE를 만났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노션에서 현대카드를 담당하고 있는 AE 이성헌입니다.
광고 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공이 중국어여서 주변에 광고회사를 지망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심지어 졸업 후에 친구들과 주점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웃음) 준비 과정에서 초기 자본이 부족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어요. 그러던 중 광고회사에 다니던 지인이 아르바이트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서 광고회사에 처음 입문하게 됐죠.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여러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를 깊이 경험하게 되는 광고업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이렇게 1~2년만 다니면 장사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광고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벌써 14년 전 일이 되었네요.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현대카드, 대한항공, 야놀자, 하이트진로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야놀자의 ‘초특가 야놀자’ 캠페인, 하이트진로의 ‘진로 이즈 백’ 캠페인 등이 기억에 남네요. 대부분의 캠페인이 다 기억에 남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작년에 기획·진행했던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리 브랜딩’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더 그린부터 더 레드, 더 퍼플, 더 블랙으로 이어지는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고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자 <내 꿈은 컬러 꿈>이라는 제목으로 고객들에게 헌정하는 옴니버스식 영화를 제작했어요.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선물은 카드의 유저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제공했고요. 더 그린 유저에게는 코코카피탄과 협업한 그린 스니커즈를, 더 레드 유저에게는 영화 속 레드 파티를 그대로 재현한 그들만을 위한 파티를, 더 퍼플 유저에게는 영화 속 전설의 음식을 제공하는 식이었죠. 그 결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상영작으로 상영이 되었고, 각 상품이나 행사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물론 준비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요. (웃음)
현재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가요?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이마트, 이베이, 코스트코 등 다양한 업계 1위 브랜드들의 자체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 민족, 쏘카, 무신사 등 다양한 브랜드와 활발한 출시를 이어오고 있어요. 그 때문에 이 상품들을 잘 론칭하는게 무척 중요한데요. 워낙 브랜드들이 업계 1위 브랜드이기도 하고, 각 브랜드의 팬덤이 명확하다 보니, 어렵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채로운 경험을 못 해봤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AE 직무를 맡고 계시는데요. AE 업무에 요구되는 필수 역량은 무엇인가요?
이성헌 AE는 최근의 광고 콘텐츠가 물건을 팔기 위한 기획에서 마음을 사기 위한 기획으로 방향성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광고의 범위가 디지털을 계기로 전방위로 확장되면서 광고 콘텐츠 역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건 물론이고, 양방향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AE의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한 기획’을 했다면, ‘마음을 사기 위한 기획’으로 방향성이 변했고 앞으로 이 부분의 역량이 AE들에게 중요해질 거예요. 기존에는 상품의 셀링 포인트를 찾아 15초 광고에 ‘사세요, 사세요’라고 외치는 광고를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유머러스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느 개그맨이나 유튜버처럼 머리를 짜내기도 하고, 여느 감독처럼 영화를 제작하기도 해요. 또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신발을 디자인해서 판매하기도 하고, 작은 콘서트나 파티를 기획하기도 하고요. 급기야 요즘은 셀프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리가 생각한 것이 구현되어 세상에 나가는 게 이 일의 매력인 만큼 보람된 순간 역시 목표한 소비자들이 우리의 콘텐츠에 열광하고, 우리의 생각에 동의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초특가 야놀자 캠페인 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래와 춤을 따라 하고, TV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패러디됐어요. 또, 진로의 두꺼비를 에워싼 많은 사람들의 사진 세례도 있었죠. 이렇게 저희의 콘텐츠를 재미있다고 반응해 줄 때 많은 보람을 느껴요.
요즘 들어 체감하고 있는 광고계의 큰 변화, 주요 트렌드가 있다면요?
디지털 시대에 대부분 브랜드가 SNS의 계정을 중심으로 유저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광고 매체 운영까지 계정을 중심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브랜드 의인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친구들의 계정과 다름없이 프로필 사진도 있고 계정명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형용사도 많이 달라졌어요. 단순히 비싸다, 싸다, 좋다, 나쁘다 보다 착한 브랜드, 못된 브랜드, 시크한 혹은 키치한 브랜드 등 사람의 캐릭터를 표현할 때 쓰는 형용사들을 브랜드가 부쩍 많이 쓰고 있는 경향을 보여요.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기존 USP(Unique Selling Point) 중심의 소구에서 하나의 인격으로서의 소구가 필요해진 만큼 근본적으로 우리 브랜드가 목표한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나아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알고 싶고, 사귀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고 있는 플랫폼이나 콘텐츠가 있나요?
최근에는 다이브(Dive)라는 앱 서비스를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콘텐츠 소비 행태가 SNS 중심, 흥미 위주의 스낵 콘텐츠나 단편적인 정보로 소비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전문성 있는 의견이나 관점이 있는 아티클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웠는데요. 다이브라는 플랫폼은 다양한 문화적 주제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심도 있고 편향되지 않은 관점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특기할만한 점은 뎁스있는 관점과 디지털 시대의 가벼움 사이에서의 균형을 아주 잘 맞추고 있다는 점이에요. 실은 관점의 깊이보다 중요한 게 양자간의 균형이거든요.
계속해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어느 순간 슬럼프가 올 것 같기도 한데요.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특별하고 매력적인 취미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걸 한다고 슬럼프가 해결되지는 않았어요. 좋은 방법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나 그저 꾹 참고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넘어가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광고인이 되고 싶나요?
‘구매해듀오, 사용해듀오, 사랑해듀오’. 브랜드가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브랜드 의인화’ 시대에 사람들에게 브랜드가 가진 인간적 매력과 장점을 매력적으로 전달하여 소비자를 필요로 하는 브랜드와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잘 매칭하는 ‘듀오’ 같은 광고인이 되고 싶습니다. (웃음)
▶ 해당 콘텐츠는 이노션 월드와이드 사외보 Life Is Orange 2020년 가을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