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서현석, 연규양, 황사일 멘티, 현대오토에버 변유철, 임재우 멘토, 한승규 멘티
가을의 시작, 현대오토에버 에버엣지에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대학에서 IT 기술을 연구하는 석사생들과 현대오토에버의 임직원들인데요. 이들의 인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비가 후원한 ‘대학IT연구센터(ITRC) 글로벌 메이커톤 대회 2019’로 거슬러올라갑니다.
IT 인재들이 모여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만들고(MAKING), 정해진 시간을 달려 완성되는 마라톤(MARATHON). 그 가운데서 현대오토에버 임직원들은 완주를 돕는 멘토로서 함께 했는데요. 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X-Mirror(이하, X-미러) 팀이 인상적인 ‘러닝메이트’였던 임재우, 변유철 멘토를 찾아왔습니다. 수상 이후, 멘토와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는 멘티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제2의 멘토링 같았던 유쾌한 시간을 공개합니다.
결국 수상의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협력하는 힘이었습니다
이번 ‘글로벌 메이커톤 2019’의 주제는 ‘상상하라! 지능정보기술이 가져올 SMART X’ 였습니다. 전국 31개 대학에 소속된 석박사 학생들이 참가했는데요. 미래를 뒤흔들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현대오토에버의 멘토링에 따라 구체화하고, 시제품으로 완성하는 것까지 과제였습니다. 한양대학교 정몽구 미래자동차 연구센터에서 개최된 대회 예선에 참가한 학생만 무려 108명. 총 28개 팀 중 단 8개 팀만이 결선에 오를 수 있었는데요. 수상 팀으로 선정된 6개 팀 중 임재우, 변유철 멘토의 지도를 받은 X-미러 팀은 최우수상인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먼저, X-미러 팀의 수상을 축하합니다. 멘토와 멘티분들 모두 수상을 예상하셨나요?
연규양 멘티 쟁쟁한 팀이 너무 많아서 상 받을 거란 예상 자체를 못 했어요. 마음을 비우고 우리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만 잘 보여드리자고 맘 먹었죠. 최우수상을 받게 된 것도 행복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동료와 멘토분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조사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뵙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임재우 멘토 아쉽게도 저희 둘 다 업무 일정이 바빠 결선에는 참석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수상 후보일 거라 생각했던 팀들이 다 결선에 올라갔더라고요. 그중에서도 X-미러 팀은 멘토링으로 처음 만나자마자 수상할 거란 걸 예감했죠. 비록 만난 시간은 한정적이었지만, 이 친구들은 마치 개발자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애자일(Agile) 조직’의 롤 모델 같았거든요. 수시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 민첩하게 판단을 주고받는 팀으로 보였어요.
좌측부터 연규양(성균관대 무선전력 시스템제어 연구), 서현석(경희대 감정인식 및 이미지 프로세싱 연구), 황사일(성균관대 무선전력전송 연구), 한승규(고려대 자연어처리연구)
극찬이네요! 그런데 X-미러 팀은 대회 전까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들었어요.
황사일 멘티 6월에 같은 주제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팀 빌딩’ 시간이 있었어요. 처음부터 ‘거울 앞에서 보내는 무의미한 시간을 유의미하게 바꿔보는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거죠. 전공은 다 달랐지만, 다들 열정적이라 첫 만남부터 어색하지 않았어요.
한승규 멘티 제품에 필요한 기능들에 대해 토의하고, 각자가 가진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순탄했던 건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는 소속감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변유철 멘토 제가 팀복이 있었어요. 멘토를 맡은 또 다른 팀은 아이디어 상을 수상했는데요. 수상한 두 팀의 공통점이 바로 팀 워크예요. 한 명의 열외도 없이, 서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잘 버무려 프로젝트를 완성한 팀이죠.
임재우 멘토 결국 차이를 만든 건 콘텐츠나 기술의 우열이 아니에요. 기술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팀인지 단시간에 알기는 힘들지만, ‘얼마나 단단하게 협업이 이루어지는가’는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가치인 ‘소통과 협력’에 맞닿아 있는 인재들이네요.(웃음)
멘토링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나요?
임재우 멘토 인사 관리자급 멘토들이 기술 멘토를 맡아, 사업 타당성과 기술에 대한 차별성을 검토했다면, 실무자급 전담 멘토들이 수시로 팀을 만났어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두 가지 측면에서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변유철 멘토 저는 전담 멘토링을, 임재우 멘토님이 기술 멘토를 맡았습니다. 7월 초에 1차 오프라인 멘토링을 시작으로 8월 2차 오프라인 멘토링을 진행했는데요. 이후에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수시로 온라인 멘토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았어요. 놓치기 쉬운 ‘실제 사용자의 입장’, ‘시장 트렌드’ 등을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멘티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프로젝트의 완성도에 기여한 러닝메이트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블록체인기술팀 임재우 책임과 건설경영시스템팀 변유철 책임이 든든한 멘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차세대 다기능 스마트 미러’에요. 어떤 기술인가요?
황사일 멘티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구상하게 되었는데요. 기본적인 거울의 역할도 하면서, 안쪽에는 디스플레이가 들어있어 매일 인바디로 운동 효과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데일리 룩 코디도 추천해주는 스마트한 거울입니다. 사진 저장과 SNS 공유까지 가능해요.
서현석 멘티 요즘 현대인들은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잖아요. 몸과 옷에도 관심이 많고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접목한 개인 맞춤형 스마트 미러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크게 4가지 서비스가 있는데요. 영어와 한글을 통한 음성인식, 보정 필터를 적용한 영상처리, 머신러닝을 활용한 미세표정인식, 그리고 모든 기술을 하나의 거울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통합플랫폼 설계까지 제공합니다.
현대인 맞춤형 스마트 미러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구현되어 있습니다
멘티들 스스로 차별화되는 강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한승규 멘티 먼저 팀장 사일 씨는 준비성이 철저해 항상 백업 플랜이 있었어요. 저는 한국어 음성인식을 담당했는데요. 막상 발표 당일, 너무 많은 팀이 참석하면서 혼선이 생겨 명령어 인식이 안 됐어요. 그때 사일 씨가 영어로 만들어 둔 음성인식을 적용해, 시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현석 씨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확고한 자신감을 보여줘서 든든했어요. 이미지처리에는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규양 씨는 섬세한 사람이에요. 기능을 구현할 때, 팀원들이 놓치는 것을 체크해줘서 실수를 줄일 수 있었어요.
황사일 멘티 팀장으로서 팀을 꾸릴 때, 제가 잘 모르고 부족한 분야를 채울 수 있는 분들로 팀원을 선정하자는 전략이 있었어요. 다들 자기 몫을 잘 해주셨지만, 승규 씨 같은 경우는 본인 분야가 아닌 부분에서도 적극적으로 트렌드나 대안을 찾아보고 도움을 줬어요.
임재우 멘토 X-미러 팀처럼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서로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어야 최고의 팀이 되는 것 같아요.
기술 멘토링과 전담 멘토링으로 나뉘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똑똑한 인재들인 만큼, 멘토들은 멘토링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우셨을 것 같아요.
임재우 멘토 다들 어려운 시간 내서 온 거니까요. 무언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텐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죠.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면서 “나는 말한 대로 살고 있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기도 했고요.
변유철 멘토 아무래도 멘티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잖아요. 과학기술부 장관상이라는 큰 상이 걸려 있기도 하고. 대회에서는 집중력도 굉장히 중요해서, 언어 하나하나를 굉장히 조심히 골랐던 것 같아요. 최대한 부담이나 조바심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 긍정적인 면에 더 집중해 평가하려 노력했죠.
왜 멘티들이 멘토들을 뵙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내년에도 또 멘토를 맡아 주실 생각은?
임재우 멘토 멘토와 멘티 사이에도 서로 궁합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아무리 좋은 이야기여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귀를 열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오히려 잘 받아들여 줘서 제가 고마워요.
변유철 멘토 좋은 기운을 전달해야 하니, 아무래도 정신적인 힘이 많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지만, 내년에도 제안을 주신다면, 제2의 X-미러 팀을 만들어 보겠습니다!(웃음)
‘아빠’의 마음으로 멘티들을 이끄신 것 같아요. 가장 전하고 싶었던 가치가 무엇인가요?
임재우 멘토 개발자는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4차 산업혁명은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국 새로운 기술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개발자로서 성장하려면 지식보다는 지혜, 특히 현실감각과 문제의식이 중요해요. 그 두 가지를 다른 팀들에게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어요. X-미러 팀이 그 로직만 이해한다면, 현업에 있는 저희보다 훌륭한 인재가 될 거라고 봐요.
멘토들은 멘티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세심하게 짚어주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멘토들이 짚어내서 놀랐던 적은 없나요?
서현석 멘티 저희는 단순히 스마트 미러를 출품하는 것이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변유철 멘토님이 짬짬이 시간을 내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실제로 판매되었을 때, 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알려주시더라고요. 저희가 제품을 설명한 소소한 단어부터 보안 문제까지 예민해질 수 있는 다양한 일면을 짚어 주셨죠.
한승규 멘티 가격도 그랬어요. 저희는 프로젝트 예산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변유철 멘토님이 ‘스마트 저울’ 등 비슷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군을 비교 분석해 보여주셨는데, ‘내가 소비자라면 과연 이 가격에 살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연규양 멘티 최근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하잖아요. 멘토님들의 조언으로 SNS에 공유하게 될 경우, 해킹되어서 유포될 소지 등 다양한 사례까지 염두에 두게 됐어요. 결국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원하는 사진만 공유할 수 있도록 보안을 강화했죠.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은 멘토의 한 마디도 있다고요?
연규양 멘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했었어요. 마지막 멘토링 때 임재우 멘토님께서 “다 필요 없어! 너희 색깔대로 가!”라고 조언해 주셨죠. 그때, “이거다!” 싶어서 저희 다 박수치면서 나왔죠.(웃음)
한승규 멘티 그 조언으로 가장 중요한 콘셉트와 줄기만을 남기기로 했죠. ‘왜 우리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집중했어요. 여기 메모도 해놨어요! ‘흔들릴 수 있음, 가장 중요한 부분만 잡고, 본인들의 색깔을 유지할 것.’
임재우 멘토 메모하는 친구들 정말 훌륭한 인재들이에요!(웃음) 그게 바로 제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한 가지였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 기능만 보여주는 것. 실무진들에게 현업에서 요구되지만, 저희는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알았으니까요. 후배들은 그런 좌충우돌을 안 겪었으면 해요.
멘토의 따뜻한 조언이 멘티들의 메모 속에도 마음에도 남았습니다
반대로 멘토분들이 좋은 자극을 받은 경험은요?
임재우 멘토 프로젝트 안에서 자신의 명확한 역할을 찾고, 수행하고, 협업하기란 쉽지 않아요.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 친구들은 ‘네 일과 내 일’을 가르지 않고 공동의 과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만나고 집에 가면서 “난 저 나이 때 뭐 했지?” 반성했습니다.(웃음)
변유철 멘토 오히려 멘토인 제가 멘티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초심이 흐릿해질 때도 있잖아요. 멘토링을 준비하면서 시장 트렌드나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틈틈이 찾아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열정을 받아, 업무에서도 즐거운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글로벌 메이커톤 2019’는 인재 발굴에도 목적이 있습니다. 실제 후배로 영입하고픈 분이 있다면?
임재우 멘토 진심으로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후배로 데려오고 싶어요. 어떤 주제를 던져줘도 할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멘토링 중, 농담으로 사업하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요.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한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연규양 멘티 저희도 녹음해도 되나요?
서현석 멘티 1년 뒤에는 직장 선후배 관계로 뵐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수상한 여섯 팀에게는 미국 실리콘밸리 탐방 기회가 주어집니다
수상 팀에게는 미국 실리콘밸리 탐방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멘티들은 무엇이 가장 기대되나요?
한승규 멘티 대학원에서는 보통 이론적인 연구를 하고, 제품화 등을 하려면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요. 현업에서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대회를 통해서도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근무 환경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연규양 멘티 일정 중에 포함된 포럼 방문이 제일 기대돼요. 현재 대기업들이 구현한 기술 트렌드만 눈에 담고 와도 현실인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임재우 멘토 맞아요. 눈으로 보는 것과 기사를 통해서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니, 모두가 많이 느끼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유익한 멘토링 같은 인터뷰였는데요. 대회에 참가한 모든 멘티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변우철 멘토 수상 팀들은 본인 커리어에 하나의 이정표를 쌓은 셈이잖아요. 더욱 매진해서 대한민국 IT 업계에 이바지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커다란 소망이 있습니다.(웃음) 수상하지 못했더라도, 제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본인들의 능력을 쌓을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받은 멘토들의 피드백을 디딤돌로 삼아 지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