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품질을 위해 오랜 시간 달려온 현대트랜시스 품질 베테랑들을 만났습니다
2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와 판단력으로 지곡공장과 성연공장을 이끄는 품질 베테랑들이 모였습니다. 처음의 과묵함도 잠시, ‘품질’과 ‘아버지’라는 주제로 하나된 네 남자의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냈습니다.
Scene#1 소박한 밥상
예고된 비 대신 쾌청한 하늘과 햇살이 지곡공장과 성연공장의 품질 전문가들을 반겼습니다
Q 안녕하세요. 오늘 모인 네 분 모두 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시는 주임님과 반장님들입니다. 이전에도 왕래가 있었나요?
지곡공장 P/T외주품질1팀 박중안 주임: 합병 이후 분기별로 본부장님이 주관하는 단합행사가 있습니다. 반장직급 이상의 직원들이 모이죠. 한 번에 25~30명 정도 모이는데 성연공장의 김선열 반장은 원래 알고 있었고 최종구 반장은 잠깐 얼굴만 봤는데 오늘 더 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성연공장 P/T품질보증2팀 최종구 반장: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네요. 단합행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깊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부족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서 좋습니다. 앞으로 분기마다 모일 것 같으니 점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Q 다들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박중안: 지곡공장에 들어오는 변속기 부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품질 개선이 필요한 협력사에 방문하여 품질 지도를 하고 개선점을 알려주는 업무를 하고 있죠.
지곡공장 P/T품질관리1팀 탁운동 반장: 지곡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가공하고 조립하는 공정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성연공장 P/T품질보증2팀 김선열 반장: 고객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한 후 불편함을 겪었을 때 직접 고객을 만나서 문제점을 해결해주고 있죠.
최종구: 우리 회사 제품을 장착한 차량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 인도 전에는 품질관리 담당자가, 인도 후에는 품질보증 담당자가 대응합니다. 저는 품질보증 담당자로서 문제가 발생한 제품과 부품을 조사하고, 해당 내용을 관련 부서나 협력사에 전달하여 함께 개선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네 분 모두 타지에서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중안: 1997년도에 울산에서 서산으로 올라왔습니다. 회사 위치가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터전이 바뀐 거죠. 다이모스와 파워텍에서 차례대로 일했는데, 지금은 두 회사가 합병된 트랜시스에 있으니 신기합니다.
김선열: 저도 비슷한 시기에 울산에서 올라왔습니다. 당시에는 서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울산에서 멀다 보니 애들과 떨어져 지냈어요. 주말부부가 된 거죠.
탁운동: 강원도 정선에서 IMF 때 서산으로 왔어요. 정선에서 경험해본 조립 파트 업무가 지금도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서산에 온 지 20년이 넘었네요. 이제는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서산에 돌아오면 마치 고향처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최종구: 2004년에 인천에서 왔습니다. 여기 계신 주임님, 반장님들 모두 가족과 떨어져 주말부부가 되거나 가족을 설득해서 서산으로 오는 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그 당시의 서산은 많이 발전되지 못했으니까요.
Scene #2 간월도, 간월암
김선열 반장은 항상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입니다
Q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고도 합니다. 이곳에서 반장이라는 직함에서 오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탁운동: 반장이기 때문에 오는 부담감이 크지는 않습니다. 젊은 직원들과 의사소통도 어렵지 않고요. 제가 그들에 비해 경험한 시간은 많으니까 오히려 시선을 맞춰서 대화하면 서로 편하더라고요.
최종구: 반장이 아니더라도 품질보증 담당자는 항상 고객의 컴플레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신속한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요즘 차량은 다양하고 새로운 기능이 적용되어서 품질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품질 담당자들은 차량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세심한 관찰력이 꼭 필요하지요.
Q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현대트랜시스를 이끌 주니어 직급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선열: 흔한 이야기지만 다들 쉽게 간과하는 부분을 말해주고 싶어요. ‘기본에 충실하자’. 업무 시간을 잘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다면 문제 생길 일이 줄어들 겁니다. 기본을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불량 없는 완벽한 품질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중안: 협력사를 상대하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1:10:100’ 이론이죠. 우리가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1이라면, 완성차로 만들어진 후 불량이 발생하면 10의 품질 실패 비용이, 고객이 차량을 구매 후 품질 불량이 생기면 100의 품질 실패 비용이 생긴다는 뜻이에요. 즉 우리가 처음부터 품질 불량 없이 잘 만들자는 뜻입니다. 그러면 모든 부서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겠죠. 요즘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직원이 많아 말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으로 설명할 때도 있어요. 예전보다 의견 전달이 다소 어려워졌지만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탁운동: 박중안 주임님과 비슷한 이야기인데, 반원에게 빨리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빠르게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죠. 그래서 업무가 늦어져도 항상 기다려줘요. 숙련도는 시간이 지나면 다들 높아집니다. 서두르지 말고 처음부터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최종구: 경력이 20년 넘었는데 아직 저도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특히 자동차 기술이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것을 공부해야 하죠. 후배들이 각 제품의 특성과 자동차에 대한 메커니즘을 계속 공부하며 개인의 역량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회사 내에서도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Scene #3 DRWA
간월암을 떠나 마지막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Q 자녀분들이 모두 장성해 결혼하거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자녀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박중안: 우리나라에 기술 분야 자료들이 부족해요.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에게 배워야 하죠.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내가 가진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칠판에 그려서 설명하면 되는데, 유튜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벌써 앞섭니다(웃음).
건강하게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은 최종구 반장의 바람을 들어봅니다
최종구: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죠. 큰딸은 결혼을 했으니 둘째, 셋째도 시집 잘 보내고요. 바쁘게 달려와서 그런지 정년퇴직 후에는 가족들과 건강하고 여유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과거의 선택이나 기억 중 바꿔보고 싶은 게 있나요?
탁운동: 20대를 힘들게 보내서 아쉬워요. 스물세 살 때 선택의 실수로 빚이 많이 생겼죠. 그 빚을 갚기 위해 서른세 살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쉼 없이 일했습니다. 모든 열정을 그때 다 쏟아버린 거죠.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고 친구도 잃었어요. 그때 잃어버린 10년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하나 얻은 것은, 인사도 못 하던 내성적인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김선열: 아마 주임님과 반장님들 모두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생각나셨을 겁니다. 주말부부를 오래 하다 보니 애들이 한창 자랄 때 같이 못 놀아준 게 생각나요. 어릴 때 같이 있어야 지금 다가가기가 더 쉬웠을 텐데, 여유가 생겨서 다가가려니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항상 신경 써준 부인과 멋있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대견합니다.늘 제게 잘해 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워요.
최종구: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저는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이들보다 일에 더 열중했죠. 그래서 아이들이 대학 진로로 고민할 때 도움을 주지 못했어요. ‘아버지로서 많은 지원과 도움을 주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았습니다. 살아보니 돈이 다가 아니더라고요.
박중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직원들이 저희 이야기를 통해 기술적인 노하우는 물론 가족관계 노하우도 배워가면 좋을 것 같아요. 반장님들 모두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쉬움은 남거든요. 일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보는 것도 좋지만 언제나 가족들과 함께해야 가장 좋다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과 가족 모두 소중한 삶의 영역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