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을 만드는 고로 내부에는 가연성 가스와 열이 항상 있기 때문에 외부 공기 유입 시 폭발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모든 제철소에서는 브리더*를 열어 압력을 낮추는데요. 이 과정에서 분진과 같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돼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브리더 개방은 지금까지 불가피한 공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지난 100여 년간 모두가 당연시했던 이 브리더 개방 방식을 현대제철이 세계 최초로 개선했습니다.
*브리더(Bleeder): 통기를 위한 개폐장치
세계 첫 고로 청정밸브 개발 쾌거
고로 브리더 개방은 전 세계 제철소가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용광로 100년의 고민은 청정밸브 역할을 하는 1차 안전밸브를 세계 최초로 추가 설치하는 데서 풀렸는데요. 1차 안전밸브는 고로 최상단에 위치한 브리더까지 길이 223m, 무게 115t, 직경 1.5m에 달하는 배관으로 일종의 우회로입니다. 휴풍*시 브리더를 열지 않고 1차 안전밸브를 개방하면 가스가 청정설비를 거쳐 배출되어 오염물질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휴풍: 정비와 점검을 위해 철광석을 녹이는 열풍 주입을 중단하고, 용광로 가동을 멈추는 것
각자의 필살기를 가진 히어로 군단 ‘어벤저스’처럼, 고로 브리더 개선 프로젝트팀도 많은 유관부서들이 모여 힘을 합했습니다. 제선조업지원팀에서 프로젝트 매니징을 맡고, 고로1·2부, 고로정비팀, 제선생산기술팀, 기계기술팀, 안전기술팀이 뭉쳤는데요. 1차 안전밸브 설비·조업 프로세스 기술 및 안전에 대한 위험성을 검토하고, 설비 설치 후 고로에서 휴풍 테스트를 진행하며 문제점을 개선했습니다. 기술전략팀에서는 적극적으로 통역을 지원해 네덜란드 엔지니어링 기술 회사인 다니엘리 코러스(Danieli Corus)와 협업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고로 브리더 개선 프로젝트팀은 우리나라와 네덜란드를 여러 차례 오가며 가장 안전하고 단순하면서 저감 효율이 높은 1차 안전밸브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기존 청정설비를 활용해 설비를 간소화하면서도 비용과 오염물질은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인데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국제 특허 출원과 유럽 특허 등록을 마친 후, 당진제철소 1~3고로에 모두 설치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세계 최초로 브리더를 미개방한 상태에서 1차 안전밸브를 이용한 휴풍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프로세스 개선 과정의 위험성을 평가·보완하기 위해 유럽의 전문 업체와 총 374건의 위험성 사례를 분석했는데요. 이 중 37건의 개선 필요사항을 찾아 보완하는 등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오염물질 97% 저감 효과
현대제철 1차 안전밸브로 오염물질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 인허가를 마쳤습니다
오염물질 저감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습니다. 1차 안전밸브를 거치면서 고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최대 97%가 제거된 것인데요. 충청남도 및 환경부에서 1차 안전밸브 운영 과정을 수차례 참관해 연기의 불투명도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오염물질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 인허가까지 마쳤습니다. 이미 동종 업체인 포스코에서 벤치마킹 의사를 밝히는 등 경제적 효과 및 안전성을 인정받은 1차 안전밸브가 세계 철강업계에 가져올 영향력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대제철도 국내외 제철소와 기술 협력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현대제철 김희원 팀장은 ‘세계 최초’, ‘혁신’이라는 찬사를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철강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냈음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습니다. 먼저 올해 연말까지 1차 안전밸브를 재송풍* 시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내년에 진행하는 3고로 20일 보수, 중장기 고로 개수 및 스마트 시스템 구축 등 향후 진행해야 할 대형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러나 고로 브리더 개선 프로젝트는 두려움보다 기대가 앞섭니다. 어벤저스도 부럽지 않을 멋진 팀워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송풍: 고로 열풍을 다시 시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