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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의 분위기메이커들을 소개합니다
무릇 스포츠 경기에서는 분위기가 중요한 법입니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아야 팀 성적도 좋기 마련입니다. 선수 한 명의 분위기에 따라 팀 내 분위기가 뒤바뀌기도 하고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좌지우지되기도 하는데요. 팀의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분위기메이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이 승리로 향하는 데 큰 공을 톡톡히 세우고 있는 분위기메이커들을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의 첫 번째 분위기메이커
KIA타이거즈 2년 차, 베테랑 헥터 노에시 선수
l KIA타이거즈, 헥터 노에시 선수, 포지션: 투수, 입단연도: 2016년
국내 프로 스포츠팀에도 외국인 선수가 부쩍 눈에 띕니다.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과는 차별화된 능력이 있어 팀이 우승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데 징검다리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언어가 다른 건 통역사가 있으니 그나마 괜찮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문화 차이입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 팀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팀과 국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부단히 도와도, 쉽게 적응하지 못해 낙오하는 외국인 선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지난 2016년 처음 한국 땅을 밟고 KIA타이거즈에 합류한 헥터 노에시(Hector Noesi) 선수가 그렇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190cm의 장신 선수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에서 짐작이 가듯, 따로 적응할 게 없었습니다. 헥터 노에시 선수는 합류와 동시에 곧장 다른 선수들과 허물없이 잘 어울렸습니다. 익살스런 행동과 말투로 처음 본 한국 선수들에게 장난을 칠 정도였습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넉살 좋은 헥터 노에시 선수의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KIA타이거즈에서 내야수를 담당하는 이범호 선수를 통해 이날의 일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전지훈련이라는 게 자칫하면 분위기가 다소 딱딱해질 수도 있어요. 다가올 시즌에 대한 긴장과 고된 훈련 때문이죠. 그런데 훈련 첫날부터 헥터가 분위기를 띄워줬어요. 선수단 미팅에서 선수들 앞으로 나와 춤과 랩 실력을 뽐내면서요. 그날 굉장히 즐거웠고 덕분에 훈련도 즐겁게 마칠 수 있었어요.” 낙천적이고 쾌활하지만 속이 깊은 헥터 노에시 선수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헥터 노에시 선수는 KIA타이거즈에 몸 담은 지 벌써 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요즘엔 광주 숙소 주변이 익숙해졌는지, 앞장서서 동료들을 데리고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으러 다니기도 합니다. 이처럼 팀 내 동료들과의 적응을 완벽히 끝낸 헥터 노에시 선수는 호흡을 주로 맞추는 포수 이홍구, 한승택 선수는 물론 이범호나 김주찬, 나지완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과의 사이도 막역합니다. 한국말까지 배우고 있어 구단 직원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도 건넬 줄 아는 헥터 노에시 선수가 있기에, 이번 시즌 KIA타이거즈의 가을야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의 두 번째 분위기메이커
주체할 수 없는 현대건설배구단 ‘흥’ 부자, 이다영 선수
l 현대건설배구단, 이다영 선수, 포지션: 세터, 입단연도: 2014년
지난 1월 22일, 프로배구 NH농협 2016-2017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천안 유관순 체육관은 떠내려갈 정도로 쩌렁쩌렁한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한 선수의 주체할 수 없는 끼가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건설배구단의 세터 이다영 선수. 이날 이다영 선수가 ‘트러블메이커’ 노래에 맞춰 선보인 춤 실력은 원곡 가수인 현아 못지않았습니다. 결국 ‘세리머니상’까지 수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다영 선수의 끼가 폭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세리머니상’을 독차지해왔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빠지지 않고 축제에 나가 춤을 선보였을 정도니 그 끼와 흥이 어디 갈리 만무합니다. 이다영 선수는 그런 흥으로 가득한 발랄한 성격이 매력입니다. 긍정적인 성격 탓에 분위기는 항상 ‘업’ 되어 있고 그 덕에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을 부립니다. “다영이가 튀는 성격은 아닌데 한번 웃기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몰라요. 그다지 웃을 일도 아닌데도요. 그래서 다른 선수까지 웃게 되죠. 결국 팀 전체가 웃음바다가 됩니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고유민 선수가 말하는 이다영 선수의 마법입니다.
올스타전에서의 ‘세리머니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했듯 이다영 선수의 활달한 성격은 현대건설배구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프로 선수지만 1996년생. 아직 소녀의 감수성이 충만한 때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 덕에 힘들고 지치거나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은 날에도 주눅 드는 법이 없습니다. 잠깐 낙담하더라도 훌훌 잘 털고 넘겨버립니다. 꼼꼼한 성격 탓에 친한 선수는 물론,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선배 선수들까지 묵묵히 챙깁니다.
물론 경기에서도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습니다. 이다영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최적의 토스를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아쉬운 상황에도 평정심이 뛰어나고 다른 선수의 공격이 성공하면 함께 기뻐할 줄 압니다. 또 실패했을 때는 선배 선수여도 먼저 다가가 위로를 건넬 줄도 아는 진정한 프로입니다. 현대건설배구단 엔도르핀 공급자, 이다영 선수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의 세 번째 분위기메이커
막내를 갓 벗어났지만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에서 대범함을 맡은, 장슬기 선수
l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여자축구단, 장슬기 선수, 포지션: 공격수, 입단연도: 2015년
일반적으로 ‘막내’는 경험이 많지 않지만 프로 스포츠팀에서는 다릅니다. 나이만 어릴 뿐이지 꼭 경기 경험이 적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어려도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경기를 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장슬기 선수가 그런 막내였습니다. 장슬기 선수는 이제 막내를 갓 벗어난 어린 축구선수지만 무려 7년 전부터 국제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프로 선수 경력으로도 이미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대신 경력이 많은 만큼 아픔도 많았습니다. 장슬기 선수는 지난 ‘2010년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 일본 여자축구 리그에서 강팀으로 꼽히는 아이낙 고베에 입단했지만 허리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1년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 대신 국내로 돌아오는 걸 택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만 남은 건 아니었습니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미를 풍기는 매력적인 선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WK리그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에서 장슬기 선수의 그 매력은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장슬기 선수는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도 결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만들 줄 압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도를 맡고 있는 김은숙 코치는 장슬기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잘못을 지적당하면 한동안 풀이 죽어 있어요. 하지만 슬기는 그렇지 않아요. 팀에서 가장 어려운 존재일 수 있는 감독님의 지적에도 풀이 죽지 않거든요. 지적을 곧바로 이해합니다. 그 부분을 고치려고 곧장 노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거죠.”
대범하고 활기차며 낙천적인 장슬기 선수의 성격은 현대제철 레드엔젠스의 후배 선수들은 물론 선배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장슬기 선수의 긍정 에너지에 영향을 받아 더욱 노력하게 된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지훈련 때 팀 최고참 김정미 선수가 “슬기와 같은 방을 쓰고 싶어요. 항상 긍정적이어서 같이 있으면 즐겁고 힘이 나요”라고 말한 일화에서 그런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꼭 우승해서 우승 트로피에 ‘승리주’를 마시고 싶다는 장슬기 선수. 장슬기 선수로 인해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물론 국내 여자축구가 더욱 빛나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글. 곽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