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레전드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을 돌아봅니다
11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2020 전북현대모터스와 대구 FC의 역사적인 리그 최종전이 열렸습니다. 이날 전북현대모터스는 K리그 최초의 4년 연속 우승과 리그 최다 8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더불어 전북현대모터스에서 12년을 뛴 이동국 선수가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거리 두기를 지키며 전주성을 찾은 1만 관중은 12년 동안 전북현대모터스를 위해 열심히 뛴 이동국 선수에게 마음을 다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라이언 킹, 우승 트로피와 함께 떠나다
전북현대모터스의 리그 우승과 함께 이동국 선수가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전북현대모터스는 멀티 골을 터트린 조규성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대구 FC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전북현대모터스는 19승 3무 5패(승점 60)를 기록하면서 울산(17승 6무 4패·승점 57)을 승점 3점 차로 따돌리고 올해 K리그1 왕좌에 올랐습니다. K리그 최초 4연패이자 대회 최다 우승(8회-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을 달성한 것입니다.
이 우승 기록만큼 값진 건 ‘라이언 킹’ 이동국 선수가 자신의 23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는 것입니다. 이동국 선수는 K리그 통산 548경기(228골·77도움)의 발자취를 남긴 채 이 경기를 끝으로 우승 트로피와 함께 K리그와 작별했습니다.
K리그 맏형의 마지막 순간
이동국 선수의 마지막 프로 무대는 올 시즌 첫 선발 풀타임 출장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날 경기는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무대이기도 했지만, 이동국 선수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에서도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많은 관중이 이동국 선수의 20번 등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레전드 선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러 전주성을 찾았습니다. 전북현대모터스 구단은 이동국 선수의 등 번호와 이름이 들어간 클래퍼를 관중에게 배포해 이동국 선수의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선발 풀타임 출장을 응원했습니다. 더불어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입장할 때는 영화 <라이언 킹>의 OST인 ‘Circle of Life’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동국 선수의 별명에서 착안한 소소한 이벤트였죠. 경기 후 이동국 선수는 “내가 늘 전화기 벨 소리로 쓰는 곡이 몸을 풀 때 흘러나와 울컥했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동국 선수를 위한 2분의 기립박수
전북현대모터스는 이동국 선수를 예우하기 위해 은퇴식을 경기가 끝난 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이동국 선수의 등 번호인 20번을 상징하는 전반 20분에 모두 기립해 2분간 박수를 보내는 이벤트를 펼쳤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K리그에서 활약한 이동국 선수를 위한 최고의 예우였습니다. 또한, 보통 은퇴식은 하프타임에 치르는 것과 비교해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은 경기가 모두 끝난 후 열기로 했습니다. 하프타임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 현존 최고의 K리거 은퇴식을 다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전북의 우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긴 했지만, 자칫하면 우승 트로피를 놓치고 맥 빠진 채 열리는 은퇴식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죠. 은퇴식을 맨 뒤로 배치한다는 건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전북현대모터스는 우승을 확정 지으면서 멋있게 은퇴식을 열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대형 유니폼
이동국 선수의 대형 유니폼은 업사이클링해 굿즈로 재탄생할 예정입니다
은퇴식이 시작되자 이동국 선수가 그라운드 중앙에 서고 동료들이 일렬로 그를 바라보고 서 예의를 갖췄습니다. 그러자 그라운드에는 이동국 선수의 20번 등 번호가 달린 17m×18m 크기의 초대형 유니폼이 등장했죠. 은퇴식을 지켜보던 관중 사이에서는 놀라움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프라인에서 펄럭이는 초대형 유니폼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죠. K리그 최고 레전드에게 어울리는 은퇴식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은퇴식을 빛낸 대형 유니폼은 다시 팬들에게 돌아갑니다. 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방식으로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기로 한 거죠. 이동국 선수도 이 유니폼을 팬들이 소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동의했으며,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이동국 선수와 논의해 좋은 곳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동국의 20번, 영구결번으로 남다
이동국 선수의 등 번호 20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습니다
뜻밖의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 선수의 등 번호 2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이죠. 팬을 의미하는 12번 외에 다른 번호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것은 이동국 선수가 최초입니다. 이동국 선수는 "오늘 그라운드에 들어오면서 20번이라는 유니폼을 보면서 울컥했다"면서 "늘 뒤에서 응원해주고, 내 편이 되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선수들 뒤에서 늘 응원해주고 힘 넣어주는 팬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동국 선수를 위한 마지막 선물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에는 많은 선물이 있었습니다
이동국 선수는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먼저, 구단은 이동국 선수에게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발로 풀타임 출전할 기회를 줬습니다. 아쉽게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동국 선수 역시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이동국 선수는 "더는 이런 수준의 경기가 나에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었다"면서 "은퇴식 내내 다리에서 경련이 올라왔고 추워서 몸이 힘들었지만, 정신이 몸을 지배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박동혁 충남아산FC 감독은 꽃다발을 안겼고, 허병길 구단 대표이사는 등 번호 20번 유니폼이 담긴 액자를 선물했습니다. 연고지 지자체에서는 전주시 명예 시민증과 완주군 명예 군민 감사패를 선물했죠. 이동국 선수의 오 남매는 ‘걱정말아요 그대’를 열창해 아버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념패를 직접 전달하고, 올해 출시한 미니벤을 선물했습니다. 경기장을 지킨 팬들은 스마트폰 플래시를 비춰주며 자리를 빛냈습니다.
이동국 선수 은퇴식의 의미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은 많은 의미를 남겼습니다
이동국 선수는 K리그 548경기 228골(통산 1위) 77도움(통산 2위), ACL 37골(통산 1위), K리그 최초 4연패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레전드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은퇴식을 본 전북현대모터스 후배들은 물론 K리그 다른 팀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K리그에서도 이런 멋진 은퇴식이 펼쳐질 수 있다는 걸 전북현대모터스가 보여줬고, 훗날 자신에게도 아름답게 퇴장하는 순간이 올 것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날의 은퇴식은 선수들이 왜 전북현대모터스를 위해 헌신하는지, 왜 전북현대모터스가 강팀이 될 수 있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이제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친 이동국 선수는 가족과 짧은 휴식 후 축구 인생의 다음 발걸음을 준비 중입니다. 프로 무대에서 코치 생활을 할 수 있는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이수 중인 이동국 선수가 전북현대모터스에 있는 동안 쌓은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